평가방법만 바꿔 내진성능 높은 것으로 둔갑

[경주=코리아플러스] 장희윤 기자 = 지난 9월에 발생한 경주지진으로 인해 수동 정지된 월성원전 1, 2, 3, 4호기의 재가동 신청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월성원전의 핵연료가 있는 원자로 압력관의 내진설계가 지진 리히터규모 6.5에 해당하는 0.2g(지: 중력가속도)에 비해 여유도가 1%미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가 경주지진 이후에 내놓은 ‘기존 원전의 내진성능(규모 6.5)을 규모 7.0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강(산업통상자원부 2016. 9. 18 보도자료)’하겠다는 후속조치가 월성원전에는 소용이 없는 셈이다.

월성원전 1호기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내진여유도가 0.3g까지 확보되었다는 것이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핵분열이 일어나는 핵연료가 들어있는 원자로 압력관은 정작 설계기준지진에 해당하는 최대지반가속도 0.2g에 대해서 1%미만의 여유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월성원전 1~4호기와 동일한 캔두형 원자로, 캔두6 디자인 리포트를 확인한 결과 설계기준사고별 시나리오 9가지 중에서 7번째에 해당하는 ‘LevelC DBE + Loss of Class Ⅳ Power + SDS1Failure’ 사고 시 원자로 압력관에 미치는 힘(응력, stress intensity)은 43,999psi로 이때 원자로 압력관이 견디는 한계치(Stress Limit)인 44,458psi의 99%에 달해 여유도는 1%미만이다.

LevelC DBE + Loss of Class Ⅳ Power + SDS1 Failure 사고는 설계기준지진이 발생했을때의 하중 조건(진동)에서 안전등급전원이 끊어지고 정지계통 1이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의 사고를 의미한다. 중수로인 월성원전의 설계기준지진은 0.2g이다.

박재호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월성원전은 확률론적안전성평가 기법에 근거한 내진여유도 평가를 수행한 결과 1호기는 내진여유도 0.3g 이상, 2,3,4호기는 내진성능 0.6g로 평가되었다고 한국수력원자력(주)가 답변했다.

한수원이 월성원전 내진성능 평가를 위해 고신뢰도 저파손확률 (HCLPF: High Confidence of Low Probability of Failure)를 이용했는데 구조물 및 기기의 고유 내진성능 값으로 95%의 신뢰도를 가지고 최대 5%의 파손확률값을 갖는 지진을 상정해서 평가한 것이다. 이는 5%의 파손확률을 전제로 한 것이라서 원자로 압력관 일부가 파손되는 것을 아예 허용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월성원전 원자로 압력관이나 이를 감싸고 있는 칼란드리아관에 대한 어떠한 실질적인 보강도 없이 평가방법만 바꿔서 내진성능이 높은 것처럼 사실상 꼼수를 쓴 것이다. 이 평가법에 의하면 위 표의 사고 시나리오 중 내진여유도가 낮은 사고들은 제외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월성원전 인근은 한반도에서 활성단층이 가장 많이 발견된 곳으로 한반도 내 최대지진 발생확률이 가장 높다. 역사지진기록으로도 규모 7.0 이상이 발생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인근에 대규코 활성단층대인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이 분포해 있다. 특히, 월성 1호기는 원자로 아래에 서로 다른 암석의 경계가 있는 연약지반으로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다른 원전보다 지진에너지가 2배 가까이 증폭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진 위험이 높은 부지에 중수로 원자로 압력관의 내진여유도가 1%미만인 것이 확인되었고 내진성능 평가에 꼼수를 부린 것이 확인된 만큼 월성원전 전반에 대한 내진여유도 검증을 객관적으로 다시 해야 할 상황이 됐다.

월성원전 1~4호기 설비는 모두 합쳐도 2.7기가와트밖에 되지 않는다. 10월 현재 국내 발전설비는 103기가와트로 지난 여름 가장 전기를 많이 쓴 때에도 발전설비는 18기가와트가 여유가 있으니 전기수급상황 핑계를 대고 급히 재가동할 필요가 없다.

지난 9월 이후로 여진은 계속 되고 있고 옆나라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대규모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사실상 내진강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월성원전은 이번 기회에 폐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고 현명한 길이다.
저작권자 © 코리아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