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수원지역자활센터 자활사업단에서 세차일하며 미래 계획

[수원=코리아플러스]임대혁 기자 =“중학교 다닐 때 읽었던 장발장을 다시 읽으니 굴곡진 주인공 인생이 내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 나도 다시 한 번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보자고 생각하게 됐다.”

노숙인 인문학 교육에 참여하면서 자활에 성공한 신굉섭 씨(62세. 남)는 1년 전만해도 추운 수원역 대합실에서 새우잠을 자는 노숙인이었다.

신 씨는 현재 수원시 우만동에 위치한 임대주택에 살면서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수원지역자활센터 사업단에서 일하고 있다. 신 씨의 일은 카셰어링으로 운영되고 있는 차를 주기적으로 찾아가 세차하는 일로 여느 직장인들처럼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

매일 아침 수원지역자활센터로 출근해 세차도구를 챙겨 수원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하루 6대 정도를 세차한다. 퇴근하고서는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저녁식사를 하고 텔레비전도 보면서 저녁시간을 보낸다.

남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신 씨에게는 그저 새롭기만하다.

신 씨가 이처럼 새 삶을 살게 된 계기는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경기도와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추진한 인문학 교육 덕분이다.

노숙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장기간 실업, 가족해체, 사업실패 등으로 훼손된 자존감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경기도의 설명. 이를 위해 도는 지난 2013년부터 경기대학교, 수원시,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인문학 교육을 실시해 왔다.

지난 3년간 노숙인 87명이 참가해 총 63명이 수료했고 이 가운데 34명이 지속적인 취업지원과 사후관리를 통해 자활에 성공했다. 거리 노숙인을 대상으로 철학, 역사, 고전 등의 인문학 강의와 심리상담, 캠프 등 특별활동을 함께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안산에서 페인트 공사 일을 하며 평범한 가정의 가장으로 지내던 신 씨는 2006년 파산했다.

동생의 보증을 서준 것이 화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하나뿐인 아들마저 사고로 죽자 술을 입에도 안 대던 신 씨는 술로 하루하루를 지내게 됐다.

중간 중간 재기 노력도 해봤지만 계속되는 불운에 무너진 신 씨는 2012년 수원역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을 수원역에서 보낸 신 씨는 2015년 2월 결국 길거리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3일 만에 의식을 찾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신 씨는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 노숙할 때 알고 있었던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알콜 중독 치료를 받고 인문학 교육에도 참여했다.

“사실 인문학 교육을 받으면 교육비가 나온다고 해서 시작했다.”고 고백한 신 씨는 “교수님들한테 여러 가지 강의를 들으면서 나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살았나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됐고 그러면서 삶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흥미가 생긴 신 씨는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극을 하는 것도 신기했고, 남들이 꺼리는 발표도 내가 제일 먼저 했다.”며 “모든 것에 부정적이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무기력하게 지낸 과거를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깊이 고민하게 됐다.

6개월의 인문학 교육을 마친 신 씨는 지역고용센터에서 지원하는 여러 가지 취업 관련 교육을 받으며 스스로 일어서기를 준비했다. 마침내 지난해 6월 임대주택에 입주했고 현재 자활사업단에 들어가 화초가꾸기, 세차하기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김석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상담사는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현실에 불만이 많으신데 신굉섭 선생님은 현재 상황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인문학 교육을 받으신 후 새로 태어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재기에 성공한 신 씨에게 최근 꿈이 하나 생겼다. 신 씨는 “아직까지는 먼 얘기지만 열심히 돈을 모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나같이 방황하는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강의를 하거나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고 했다.

경기도는 올해 3월부터 5기 노숙인 인문학특강을 진행할 계획이다.

배수용 보건복지국장은 “노숙인의 자립은 자존감과 사회적 관계 회복이 선행돼야한다”며 “앞으로도 인문학 교육뿐만 아니라 직업교육, 주거지원 등 맞춤형 자립프로그램을 마련해 노숙인들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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