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나라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세종=코리아플러스】수필가, 나창호 전 부여군 부군수 = 현 정권이 출범할 때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둔다고 했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고 대통령이 상황판 앞에 서서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언론들은 앞 다퉈 보도했고, 일자리가 여기저기서 금방 솟아날듯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의 일자리 상황은 어떤가. 정부의 의도나 목표와는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것 같다. 취업을 가장 갈망하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못 구해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9.9%에 달해 IMF 사태 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지금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이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 후로 언론에 공개된 일이 없고 청와대가 발표한 일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한다며 작년에 비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16.4%나 올렸는데 경제가 좋아진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새 일자리는 고사하고, 있는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형국이다.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렵다 하고, 아파트 경비나 요식업소 종업원 같은 서민들의 일자리까지 줄어들거나 위협받고 있다. 중소기업체와 소상공인들도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6개월은 더 두고 봐야한다고 하는 모양이다. 현실을 바로 보는지 모르겠다.

반면 이웃 일본은 어떤가? 20년이 넘는 경기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려고 무한정의 돈을 풀었던 일본이지만, 지금은 아베노믹스가 성공을 거두고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온 모양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경제 전반이 활기를 띠고, 일 할 젊은이들이 모자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필리핀, 베트남 같은 외국에서 청년들을 구한다고 한다. 그동안 불황에 빠져있던 미국도 법인세를 대폭 인하해 해외에 나갔던 기업들이 돌아오고,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도 늘어 일자리가 넘쳐나는 모양이다. 실업률이 4%라고 한다. 경기가 호황으로 돌아서자 이제는 물가상승을 걱정해 금리를 올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올해만 3번∽4번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다. 만약 미국이 금리를 연속해서 올리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우리 경제에 주름살이 될 게 뻔하다. 만약이라도 금리를 올리지 않아 미국과의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화(달러)가 빠져 나갈 수 있고, 자칫하다가는 외환 부족으로 IMF사태 같은 어려움을 또 겪을 수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외환위기를 다시 겪게 되면 그 고통이 IMF 때보다 훨씬 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IMF 때 대우그룹을 비롯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무너졌는지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외환 부족 시를 대비한 통화스와프 협정에 미국이 동의해주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 한다. 일본도 동의해주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와 우방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다급해진(?) 정부가 중국, 호주, 캐나다, 스위스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모양인데 유사시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중국도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지 않은가.여기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무역에 있어서 한국은 동맹이 아니다.”면서 보복관세(일부 언론에서는 호혜관세라고 함)를 부과하겠다고 천명했다니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미국이 한국산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냉혹한 국제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버텨낼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상품을 미국으로 수출을 하지 못한다면 수출부진으로 인한 외환보유고도 줄어들 게 뻔하다. 미국은 이미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 세탁기는 16∽50%, 태양광은 15∽30%의 높은 관세를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다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조치도 연장키로 했다니 노골적인 통상압력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3일, 한국GM이 군산공장을 5월 말까지 폐쇄하고 직원 2000명도 모두 구조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고비용·저효율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한 달에 5∽6일만 일하는데도 임금의 80%를 지급하고, 적자에도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한다. 차량 생산대수도 시간당 20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지역의 협력업체 직원 수가 1만 명을 넘는다니 군산경제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미래도 불확실하다는데 있다. 우리 정부의 재정지원 여부와 노동비용 절감에 대한 노조의 동의 여부에 따라 존치냐 철수냐를 결정하려는 것 같아서다. 여의치 않으면 모두 철수해서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속내가 아닌가 싶다. 이에는 미국정부가 법인세를 내린 영향도 클 것이다. 어쨌든 정부가 슬기롭게 대처해서 전 공장의 철수만은 막아야 한다. 실업자가 쏟아지고 여기저기 지역경제에 큰 멍이 들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에 나쁜 소식은 이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 광주광역시에 있는 삼성전자가 4월 베트남 이전을 목적으로 생산설비를 뜯어 포장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치 냉장고와 중저가 냉장고 생산 라인이라 한다. 이 역시 광주 지역경제에 큰 주름살이 될 게 뻔하다. 지금 베트남에는 산업한류가 불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의류·봉제업 일색이던 한국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휴대전화·가전제품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되고, 나아가 백화점·대형마트·음식점 등 서비스 산업도 앞을 다퉈 진출하고 있다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롯데, CJ그룹 등 유통회사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 계 회사들은 철수해서 자국으로 돌아가고, 국내 회사들마저 외국으로 진출하면 정부가 그토록 염원하는 일자리 창출은 더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경제정책을 면밀히 살펴서 나라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정권을 잡는 목적이 뭔가. 나라를 튼튼히 하고 부자 되게 하려는 것 아닌가.

 

정부가 미국을 비롯한 우방들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면서 온 나라에 흥이 넘치도록 경제를 살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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