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과 겨뤄 당당히 1등… 소리할 때가 가장 즐거워

【금산=코리아플러스방송】이규성 기자 = 장애의 편견을 딛고 세상의 문을 열쳤다
 

지적장애와 불편한 다리. 외톨이 소년 포레스트 검프는 헌신적이고 강인한 어머니의 보살핌 덕분에 사회의 따돌림과 편견에 맞서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간다.

정신지체를 가진 주인공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 개봉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감동 드라마다.

어눌한 말투, 지적 장애 3급의 장하나 씨(여. 38. 금산군 금산읍 상리)가 판소리에 입문한 것은 2012년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판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던 딸의 모습을 본 어머니는 지인의 소개로 명창 고향임 선생을 찾았다.

실증내고 관심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제법 소리를 따라한다.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싫어하지 않는 눈치니 다행이다 싶어 위안 삼았다.

점점 판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었고, 스승인 고향임 선생과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집에서도 들어온 시간에도 딸아이의 노래 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고향임 선생으로부터 하나 씨가 노래할 때 어머니가 장단을 맞춰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주저 없이 북채를 들었다.

박치로 소문이 자자했던 어머니의 가락은 북 가죽이 늘어지고 패인 뒤에야 안정을 찾았다.

그렇게 국악모녀 한 팀이 꾸려졌다.

내친김에 2014년 제9회 황산벌전국국악경연대회에 도전장을 냈다.

처음 받아 든 특별상 상패 속에 하나 씨의 환한 미소가 스며들었다.

벅찬 감동과 환희에 눈물이 모자랐다.

신바람이 붙었다.

제4회 경주판소리명가명창대회 장려상, 제14회 새만금전국판소리무용대회 최우수상, 제20회 전국판소리경연대회 최우수상 등 노력의 결과가 켜켜이 쌓였다.

개인 발표회를 준비했다.

배움이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보답 드리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

입문 5년 만이다.

흥보가, 심청가, 수궁가, 춘향가, 적벽가 등 7곡을 골라 연습에 집중했다.

가사는 잊지 않을까?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까? 북채를 쥔 엄마의 손에 땀이 배어났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장하나 씨는 출연진과 함께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며 완벽한 무대를 소화했다.

지난 8월19일 진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전북화순에서 열린 제16회 화순전국국악대제전에서 대상을 거머쥔 것이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후기지수 64명이 참가한 가운데 심청가 중 ‘날이차차’를 열창해 신인부 판소리 부문 최고점을 받았다.

일반인들과 당당하게 겨뤄보고 싶었다. 그

래서 출연 신청단계부터 아예 장애인임을 알리지 않았다.

심사위원들도 장하나 씨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번 대상수상이 모녀에게 특별한 이유다.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의 소리꾼 장하나.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코리아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