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종로·을지로 이어 서북권 4개구 소재 서점·수퍼·사진관 등 오래가게 발굴

[서울=코리아플러스] 신병호 기자 = 서울시가 작년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 선정한 ‘오래가게’가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핫한 관광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에서 유명한 파워블로거 ‘한국뚱뚱’은 인사동·북촌의 오래가게 6∼7곳을 직접 체험하는 영상을 찍어 중국의 인터넷 방송 빌리빌리, 미아오파이에 송출하며 오래가게를 알렸다.

시는 지난해 선정한 종로·을지로 일대 오래가게에 대한 이야기책과 지도를 3개 국어로 만들어 국내외 여행관련 종사자 등에 배포했다.

또 온라인 위치 기반 서비스를 통해 ‘오래가게’ 주변을 방문하면 다양한 즐길거리에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개최했다.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동양 방앗간’은 최근 여행 블로거들의 촬영 방문이 잦아졌다.

주인은 이제는 단순히 동네에 있는 방앗간이 아니라 하나의 여행코스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동의 ‘아원공방’도 오래가게로 선정된 후 해외 관광객들의 방문과 체험 문의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해외 400개사와 국내 관광업계 800개사가 참여하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2018 서울국제트래블마트’에 2017년 선정된 오래가게 5개 업체가 참가해 외국인 여행 바이어를 대상으로 오래가게를 직접 홍보했다.

1964년 개업해 섬세한 손기술로 도장명장으로 불리는 박인당의 주인 박호영 명장은 “생애 처음 국제박람회에 참여해 국내 인장업과 도장기술의 면모를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이처럼 관광객들에게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오래가게’를 작년 종로·을지로에 이어 서북권에도 추가 선정했다고 밝혔다.

용산구,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4개 자치구에 소재한 총 26개의 오래된 가게를 발굴했다.

작년에 선정된 종로·을지로 일대 오래가게는 총 39곳이다.

시는 시민 네이밍 공모전을 통해 오래된 가게를 의미하는 일본식 한자 표기 ‘노포’ 대신 ‘오래가게’라는 새 명칭을 브랜드화하고 홍보했다. 오래가게는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6곳은 용산구 6개소 마포구 8개소 서대문구 10개소 은평구 2개소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동네 수퍼 〈개미슈퍼〉, 방대한 고서와 희귀본을 보유한 헌책방 〈글벗서점〉, 한국 전통 문짝을 고집하는 도심 속 문짝 공방 〈태광문짝〉 등이 포함돼 있다.

시는 자유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해 서북권 오래가게 26곳 주변의 관광지, 오래된 맛집, 산책로 등을 엮어 3∼4개 코스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스토리 온라인 플랫폼, 비짓서울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외로 홍보한다.

자유여행자가 증가하면서 최근 세계 도시여행의 각광받는 테마는 소호거리, 골목 산책 등이다.

자유롭게 골목을 거닐다 만나게 되는 상점, 식당은 여행자에게 유명관광지의 볼거리와 다른 색다른 발견이자 추억이다.

최근 ‘고독한 미식가’ 작가가 집필한 ‘우연한 산보’는 골목 산책 중 우연히 만나는 상점에 대한 만화로 독자의 정서적 공감대를 끌어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시는 개별 여행객 증가 추세에 맞춰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최첨단의 화려한 도시 이면에 숨어있는 오래된 것들의 가치와 오래된 가게만이 갖는 매력과 이야기를 알려 색다른 서울관광 체험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시는 이번 서북권 오래가게는 전문가 자문을 받아 선정기준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개업 후 30년 이상 운영했거나 2대 이상 전통계승 혹은 대물림 되는 가게를 대상으로 하되 관광 콘텐츠 가능성 및 가게의 친절도 등 고객 서비스 우수 가게들을 주로 선정했다.

서울의 특수성을 반영한 ‘오래가게’의 기준은 관광객이 체험할 수 있는 과거의 재화나 볼거리가 남아있고 동일한 서비스가 이어지는 개업 후 30년 이상 운영 중인 가게 또는 2대 이상 대물림된 가게로 생활문화 분야 전통공예 분야 가게를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가게 주인이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를 원하고 지속경영 의지, 열정 등 마인드도 추천의 주요 기준이 됐다.

지난해 발굴한 종로와 을지로 일대는 주변 관광지와 접근성이 좋고 전통공예 관련 가게들이 밀집한 반면 이번 서북권 지역은 서점, 수퍼, 탁구장, 사진관, 목욕탕 등 다채로운 생활 업종 분야의 가게들이 많았다. 시민들의 삶과 더 밀접하고 더 정겨운 서울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시는 2018년 ‘오래가게’ 발굴을 위해 자료조사를 통해 1,203개소의 기초자료를 수집했고, 시민, 자치구, 전문가 추천 등을 통해 120개소를 추가 발굴했다.

이를 토대로 오래가게 기준에 부합하고 폐업여부 확인, 전문가 자문을 거쳐 106개소를 선별했다.

다시 문화해설사, 외국인, 대학생 등 현장방문·평가를 거쳐 60곳을 추천받은 후 여행전문가, 도시역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의 평가, 현장검증을 통해 40곳을 종합 평가했다.

40곳에 대한 전문가단의 2차 검증과 해당 가게의 동의를 받은 총 26곳을 오래가게로 확정했다.

오래가게 발굴 과정은 철저한 현장조사와 주변 관광지 연계성을 고려했다. 이는 발굴 과정의 에피소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용산구에 위치한 〈개미슈퍼〉는 정확한 개업년도는 확인 할 수 없지만 1900년대 개업했다는 것이 주인과 4대 이상 동네에 사신 이웃들의 증언이다.

인근에 서울역이 자리해 여관, 게스트하우스가 밀집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 관광객들이 드나들었다.

단순히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잡화점을 넘어 관광지 정보, 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가 됐다.

특이하게도 서울의 고유한 동네 수퍼의 분위기를 느끼고 사진 찍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5대 사장인 차효분씨는 수년전 방문했던 외국인 관광객과도 페이스북을 통해 안부를 주고 받는다.

마포구에 자리한 글벗서점은 1979년에 개업했다. 온고당이라는 이름으로 개업한 외숙부의 책방을 이어받아 영업 중이다.

이색적인 북카페, 독립책방이 생겨나고, 상승하는 임대료에 이사도 해야 했지만 헌책방을 지키려는 업주의 의지와 열정이 서점안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요즘 서점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방대한 양의 고서와 만화책, 악보집, 미술잡지 뿐만 아니라 LP판과 DVD도 판매한다. 영어, 일어, 중국어로 된 희귀한 헌책도 다수 보유해 외국인의 방문이 잦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태광문짝은 가게 상호명이다. 서울 도심에서 보기 드문 업종의 가게다. 간판 글자 그대로 문짝을 제작하는 가게인데 전통방식의 문짝만 고집한다.

사장 배성기씨는 10대 시절부터 문짝 만드는 일을 배워 45년째 일을 해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연계해 한국 전통 문짝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광 콘텐츠로 성장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단다.

오래가게에 선정되면 이를 인증하는 현판을 제작해 가게에 비치하고, 이야기책과 지도, 홍보 영상물 제작·배포, 국제행사 참여 등을 통해 ‘오래가게’ 알리기에 적극 나선다.

인증 현판은 가게의 개업년도와 브랜드 BI로 디자인해 가게에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오래가게 브랜드를 각인 시키고 우리 동네의 오래가게에 애정을 가지고 응원해 달라는 취지이다.

지난해 선정된 39개소에 이어 올해 선정된 26개소에 대해 오래가게 인증 현판을 제작해 11월경 가게에 비치할 예정이다.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오래가게를 서울의 새로운 관광브랜드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오래가게는 일본의 시니세나 유럽의 백년가게처럼 서울만의 개성을 알리고 세계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하는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며 “자유 여행객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화려한 서울 도시 이면에 간직한 오래가게만의 정서와 매력을 꾸준히 알려 서울만의 개성을 갖춘 색다른 서울 체험 콘텐츠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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