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문화와 함께 하는 저녁의 시인들 출간

[대구=코리아플러스] 차동철 기자 = 어느 지역이든 ‘지역 문학’을 조명하는 일은 중요하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는 이를 환하게 밝히기 위한 노력들을 꾸준히 이어가는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과거 지역에서 활동했던 문인들을 기념하는 각종 문학 사업들이다.

이들을 기념하는 작은 캠페인에서부터 이들의 이름을 딴 문학상 혹은 축제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지역 곳곳에서는 이처럼 과거의 문인들을 통해 ‘지역 문학’의 역사와 전통을 조명하는 사업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문학’을 조명하는 이러한 방식은 대부분 과거의 화려한 시절에만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지역 문학’의 현재를 조명하는 기회는 지역 내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지역을 넘어 문학계 전반에서 이를 주목하는 일은 더욱 드물다. 그로 인해 현재 지역 문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비추는 불빛은 대체로 어둡기 마련이다.

오늘날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주요 시인들을 소개하는 '대구문화와 함께하는 저녁의 시인들'이 출간됐다. 첫 시집을 출간한 젊은 시인에서부터 시조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 시인들의 문학적 면모를 조명하는 이 책은 ‘지역 문학’의 과거가 아닌 생생한 현재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송재학, 장옥관, 엄원태, 이규리 등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 시인들을 비롯해 현장에서 교육시 운동을 이끌어 온 배창환, 농민 운동과 문학 활동을 병행해 온 이중기, 사투리 시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상희구, 그리고 박기섭, 이정환 등의 시조시인과 권기덕, 김사람, 정훈교 등의 젊은 시인들에 이르기까지 총 22인 시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대구문화와 함께하는 저녁의 시인들'은 시인별 자선시와 더불어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해설, 그리고 이들이 직접 밝힌 문학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노을에는 다채로운 색깔이 있다’에서는 송재학, 안상학, 장옥관, 배창환, 권기덕, 김사람, 엄원태의 시 세계를 소개하고 있으며, 2부 ‘우주의 숨소리를 듣는 시간’에서는 박기섭, 이중기, 이규리, 류경무, 정훈교, 송종규, 장하빈을 소개한다. 3부 ‘저녁은 어떻게 환해지는가’에서는 상희구, 이정환, 노태맹, 류인서, 김용락, 서영처, 황성희, 김수상의 시와 이야기들이 수록돼 있다.

아울러 책을 통해 권오현, 김광재, 김문주, 신상조, 박현수, 문무학, 신기훈, 김상환, 이숙경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평론가들의 해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책의 내용은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동명의 토크 콘서트를 통해 소개된 것으로, 지난 2년간 매월 저녁마다 펼쳐진 이 행사는 대구 지역의 문화예술 정보지인 월간〈대구문화〉가 기획하고 이하석 시인이 예술감독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책은 당시 토크 콘서트를 통해 소개된 시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편집해 수록한 것이다.

이 기획의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이하석 시인은 책의 서문에서 “한국 문학의 현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여 이들을 다루고 싶었다.”고 밝히며 “이제는 자연스럽게 지역 문학의 복원이 한국 문학 전체의 시각에서 가늠되어야 하며, 자본이나 권력의 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경계를 넘어 소통하는 지역 문학사’가 서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현실적 토양에 토대를 두고 활동하는 시인들을 거시적인 시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책의 기획은 월간 〈대구문화〉가, 편저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동원 시인이 맡았다. 책자는 월간 〈대구문화〉의 발행처인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발간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최현묵 관장은 “이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지금 대구의 문학이 어떤 모습을 띄고 있는지, 그 속에서 지역 문학이 어떤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이 지역 문학을 밝히는 불빛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2일 오후 4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책의 발간을 기념한 문학 세미나도 개최된다. 이하석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는 문학평론가 김문주가 발제를 맡아 대구 시단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책의 편저자인 김동원 시인과 대구시인협회 회장인 윤일현 시인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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