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코리아플러스] 김영현 기자 = 판소리 부문 최고 권위의 상인 고창군의 ‘제28회 동리대상’ 수상자로 이보형 판소리 연구가가 선정됐다.

동리문화사업회는 동리대상심사위원회를 열어 판소리 진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이보형 판소리 연구가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동리대상’이 판소리 연구가에게 돌아간 것은 ‘제3회 동리대상’에 강한영 선생이 선정된 이후 처음으로, 이보형 판소리 연구가는 1960년대부터 200여 편의 논문을 왕성하게 발표하며 판소리 진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보형 연구가는 1935년 전라북도 김제군 만경면에서 출생하여 연세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음악을 전공, 나운영 교수에게 서양음악 작곡을 배웠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우리 전통 음악을 모국어로 하는 문화에서 자랐던 만큼, 우리 음악에 관심을 갖고 한국국악학회, 국립국악원, 국악예술학교에 드나들며 한국 전통음악 이론을 연구했다.

특히 우리 전통 음악 전 분야를 아우르며 평생 연구에 매진해왔으며, 판소리 음악학 연구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1971년 한국민속극연구회에서 발간되는 학술지 '서낭당'의 창간호에 ‘판소리 경드름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이래로, ‘판소리 팔명창 음악론’, ‘판소리 사설의 극적상황에 따른 장단·조의 구성’, ‘판소리 고법, 호남지방 토속 예능조사’, ‘고음반에 제시된 판소리 명창제 더늠’, ‘판소리 내드름이 지시하는 장단 리듬 통사 의미론’ 등 총 50여 편의 판소리 관련 글을 발표했다.

여러 글 중에서도 ‘판소리 경드름에 관한 연구’, ‘판소리 권삼득 설렁제’, ‘판소리 염계달 추천목론’과 같은 연구는 판소리 악조에 대한 첫 연구로서, 이후 ‘판소리와 산조에서 우조와 평조 연구’ 에 이르기까지 그가 세운 판소리 악조 이론은 판소리를 분석하는 큰 틀이 됐다.

1978년에 쓴 논문 ‘판소리 붙임새에 나타난 리듬론’은 판소리 리듬 분석에, 1982년의 ‘판소리 제에 관한 연구’는 판소리 유파 연구에 각각 시초가 됐다.

이보형 연구가는 판소리 음악 연구의 전 분야의 이론을 정립하여 오늘날 대부분의 후속 연구들은 그의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판소리 분야에서 그의 업적은 비단 연구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1970년대 월간 '뿌리 깊은 나무'의 발행인 한창기의 후원으로 매주 실시되었던 판소리 감상회를 주도함으로서, 판소리 완창 이라는 새로운 공연 문화의 흐름을 이끌어 내었다.

이 과정에서 잡지 '뿌리 깊은 나무'에 게재하였던 글은 1970년대 후반의 판소리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귀중한 자료가 되며, 2013년 그의 평론집 '비로소 알려진 보물'로 출판됐다.

이 연구가는 1990년부터 1993년까지 판소리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199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20세기 전반의 SP음반을 발굴·연구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서울대, 한양대, 부산대, 한국학 중앙연구원 등에서 음악학을 강의하며 후학양성에도 매진하여 평생에 걸친 그의 판소리 관련 연구는, 판소리가 인류무형문화재로 우뚝 서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편, 고창군과 동리문화사업회은 동리 신재효 선생의 문화예술사적 업적을 계승·발전시키고 판소리 진흥에 업적을 남긴 연창자, 고수, 판소리 연구가를 선정하여 매년 상장과 상금을 수여해 오고 있다.

‘제28회 동리대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6일 오후 2시 고창 동리국악당에서 열리며 화려한 축하공연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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