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플러스】 이한국 기자 = 고창군 재난안전과 원전팀장 전민중
공론화(公論化)의 성공 조건으로 통상 공론화 과정 및 운영주체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말한다. 그리고 토론과정의 숙의성과 참여자의 대표성 확보가 핵심 중에 핵심이라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따라서 운영주체가 될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 공론화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에 피해당사자이자 이해당사자인 비소재지측 위원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그러나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 준비단’(이하 재검토준비단) 마무리 시점에서 재검토위원회 구성 방안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은 지금의 재검토준비단 위원구성(정부측 4명, 원전 소재지 5명, 환경측 3명, 원자력측 3명)과 동일하게 조직하는 안이다.

원전 소재지측은 원전별로 처한 입장이 다르므로 각 원전을 대표하는 5명이 재검토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여야 함을 고수하고 있다. 2명으로 축소하여 배정할 경우에는 재검토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필자는 원전 소재지 5명이 재검토위원회에 참여해야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반대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원전 소재지 5명 참여 주장은 명분이 없다. 원전 소재지에서 주장하는 원전 소재지별 ‘다른 상황’은 핵폐기물 포화시점이 다르다는 것뿐이다. 원전 소재지는 행정협의회를 오랫동안 운영해 오면서 핵폐기물을 포함한 현안사업마다 일치된 목소리를 내왔다. 이제와서 ‘다른 상황’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들을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원전 소재지 5명 참여 주장은 원전소재지 스스로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원전 소재지는 그동안 원전으로 피해를 보아왔으므로 중간처분장과 영구처분장 부지선정 고려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함을 줄기차게 주장하였다. 그럼에도 재검토위원회에서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셋째 원전 소재지 5명 참여 주장은 재검토위원회를 불안정한 기구로 만들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재검토위원회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전 비소재지측과 중립성이 검증된 인사가 반드시 적정수 참여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전 소재지 5명 주장은 현행법상 최대 15명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꼭 포함되어야 하는 정당한 인사 참여를 훼방 놓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제는 원전 소재지도 시대가 변하였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국가 전력 수급상 임시건식저장시설 설치가 급하다는 것을 볼모로 유아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더 이상 시대적 대의에 역행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원전소재지 공헌도는 공론화에서 충분히 피력하면 된다. 공론화 진행 과정에서 국민들은 이성적 판단으로 충분히 인정할 것이다. 재검토준비단도 마무리가 급하다고 하여 언 발에 오줌 누기를 하여서는 안 된다. 악수(惡手)는 악수를 부른다.

공론화는 이해관계자간 균형이 잡혀야 한다. 균형이 잡힐 때 이해 조정도 가능하다. 균형이 잡힐 때 표결도 가능하다. 균형이 잡힐 때 결과에 대한 공감과 승복도 이끌어 낼 수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공론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원전 비소재지측 대표가 재검토위원회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향후 진행될 재검토 위원회의 균형 잡힌 설계로 핵폐기물 역사가 정의롭게 쓰여지기를 다시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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