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코리아플러스] 김경열 기자 = 기계공업의 메카로 불렸던 창원시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 마련에 전력을 쏟고 있다. 창원국가산단을 중심으로 구조고도화를 통한 제조업의 첨단산업화와 함께 공업도시라는 명성에 상대적으로 잊혀졌던 문화, 관광자원을 통해 관광도시로의 도약도 꿈꾸고 있다. 이와 연계해 ‘창원 58열전’이라는 가제로 관내 58개 읍면동의 면면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지역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기획을 연재한다. 그 열 한번째로 찾아간 곳은 ‘사람과 철새들의 보금자리’ 동읍이다.

조선시대 창원대도호부의 읍성 동북방에 위치한다 하여 동면으로 불리기 시작한 창원시 의창구 동읍은 북쪽으로 낙동강에 접해 있고 오랜 기간 농업용수를 공급해온 주남저수지에다 땅은 평야지대로 땅을 일구며 정착지를 꾸리기에 제격인 곳이다. 따라서 아주 오래전부터 창원사람들의 삶터가 되어 왔다.

동읍에 얼마나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는지 그 흔적은 다호리 고분군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1988년에 사적 제327호로 지정된 다호리 고분군은 선사시대부터 가야시대에 이르는 수많은 고분군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1988년부터 1991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 의해 발굴 조사됐다. 고분군이 위치한 곳은 해발 20m 정도의 야트막한 구릉으로 동읍행정복지센터에서 주남저수지로 연결되는 도로의 양쪽 편에 위치해 있다. 현재도 고분군이 품고 있는 거대한 역사를 캐내어 보려는 듯 한쪽에서는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이 고분군이 관심을 받은 것은 부장품 중에 문방구인 붓과 손칼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문자사용을 유추해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고고학적 물증이라 한다. 또 목관을 비롯해 철제농구, 칠기, 청동기, 철기로 된 생활용품과 무기류 등이 원형대로 출토되어 기원전 1세기의 생활문화상도 밝히게 됐다.

비록 현지에서 고분이나 부장품을 감상할 수는 없지만 이곳의 역사를 고이 품고 있는 고분군마을에서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는 있다. 현재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이곳엔 40여 가구 100여 명이 살고 있는데, 고분군 유적지 및 주남저수지 탐방, 주말농장, 조릿대터널탐험, 야생화체험 등의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 마을 길가엔 모조품이기는 하지만 고분의 부장품을 진열해놓은 아담한 유물전시관도 들어서 있다.

동읍이 오랜 역사를 가진 고장인 만큼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던 것은 당연하다. 특히 용잠리엔 경전선 덕산역이 있었다. 덕산역은 1922년부터 여객업무가 시작돼 2010년까지 완행급 여객열차가 다녔다. 덕산역 청사는 1931년에 건축된 근대건축물로 역 건물의 지붕이 건물 외벽높이와 동일할 정도로 높으며, 다른 역에 비하여 역사와 승강장이 약간 멀리 떨어져 있다. 역사는 한국철도공사 선정 준철도기념물로 지정됐다. 현재 민간에 임대되어 사용됨에 따라 근대건축물로서의 자태를 잃은 것은 조금 아쉽다.

동읍 길가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신방초등학교 옆 언덕에 자리 잡은 신방리 음나무군이다. 음나무는 두릅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큰 음나무가 무리지어 자라는 것은 드물다고 한다. 1964년에는 천연기념물 제164호로 지정됐다. 원래 7그루가 함께 자라고 있었으나 지금은 4그루가 있으며, 주변에는 어린 음나무들도 함께 자라고 있다. 나무 나이는 약 400년 쯤 되었으며, 높이는 15m 정도다. 마을 사람들은 귀신을 쫓는 나무라 하여 음나무 아래에서 풍물을 치며 마을의 액운을 쫓았다고 한다. 또한 나무를 훼손하면 재앙을 받는다 하여 극진히 보호하고 있다.

지금의 동읍은 주남저수지가 간판이다. 봄의 전령이 벚꽃이라면 가을의 전령은 억새라고 하는데, 주남저수지엔 은빛 억새의 향연이 한창이다. 또 철새 때의 군무도 시작됐다.

주남저수지는 오랜 옛날부터 동읍, 대산면 농경지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공급해주던 자연 늪으로 산남, 주남, 동판 3개의 저수지로 이루어진 배후습지성 호수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관심 밖의 거대 저수지일 뿐이었으며 ‘주남저수지’라는 명칭 또한 쓰지 않고 마을 이름을 따 산남 늪, 용산 늪, 가월 늪이라 불렸다. 실질적으로 저수지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에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인근 낙동강의 잦은 범람을 막기 위해 지대가 낮은 곳에 저수지를 조성하면서 탄생했다.

그러다 철새도래지로서 각광받게 된 것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들어서 가창오리 등 수 만 마리가 월동하면서다. 이는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 이야기와 연결 된다. 주남저수지 이전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였던 을숙도에 1980년대 초 하구언 둑이 들어서면서 철새들이 주남저수지를 월동지로 택했다고 한다.

주남저수지는 매 계절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으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만, 역시 백미는 가을이다. 매년 가을이 되면 만개하는 물억새와 함께 기러기, 재두루미, 고니 등 다양한 철새를 탐조할 수 있다. 해마다 주나을 찾는 철새가 120여 종 8만여 마리에 이른다고도 한다. 이와 함께 람사르문화관, 생태학습관, 탐조대, 주남환경스쿨 등 다양한 시설물도 위치하고 있다. 주남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탐방로는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져 차분한 가을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전체 7.5km 코스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동읍에선 주남저수지와 함께 간판을 다투는 것이 창원의 대표특산품인 단감이다. 창원은 온난한 기후와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비옥한 토양덕분으로 단감농사에 최적지로 손꼽힌다. 특히 우리나라의 단감 시배지 이기도 하다. 단감은 일본에서 1897년 부유라는 품종이 최초로 발견되면서 재배가 시작되어 1910년대에 일본전역에 보급되었고, 우리나라에도 도입됐다. 이후 창원에는 2,000여 핵타아르에 2,600여 농가가 단감을 재배하고 있어서 전국 최대 면적과 최고 생산량을 자랑한다.

2016년에는 창원단감의 역사적 가치와 우수성을 홍보하고 시민들에게 체험휴양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화양리 일원에 창원단감테마공원이 들어섰다. 테마공원에는 북면 연동마을에서 온 수령 100년이 넘은 단감 시배목이 입구에 자리하고 있고, 여러 곳을 전전하던 창원단감축제도 2016년부터는 이곳에서 개최하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전국 최고 농촌테마공원으로 선정되었고, 농업체험과 가족휴양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휴일에는 4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조상들은 동읍에서 삶터를 꾸려왔고 이곳이 최고의 보금자리였음을 알리는 흔적을 남겼다. 또 철새들마저 주남저수지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 동읍을 가꾸고 지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람들과 철새들은 계속해서 보금자리 동읍을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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