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천제 지내오는 도산마을 어르신 농요 공연 등 지역 곳곳 행사준비로 들썩
-100세 어르신 세수식, 농민대표 100인 권리장전, 농생명문화수도 선포 등 농업가치 존중

【고창=코리아플러스】 이한국 기자 = “어 여 어 여 어허루 상사뒤여”지난 4월14일 고창군 도산마을 경로당 앞. 흰색 두레 복장을 걸쳐 입고 두건을 쓴 아낙네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들이 흥얼거리는 농요에는 고창의 드넓은 논밭에서 농민들이 두레 활동을 하며 농사일의 고단함을 잊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일상이 담겼다.

시농대제 농요공연
시농대제 농요공연

길 놀이, 들 나가기, 기원제는 물론 보리 베기, 보리 타작, 모찌기, 모심기, 김매기 등의 과정에서 풍장(풍물놀이)과 함께 농요가 펼쳐져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준다. 고창군 도산마을 한 어르신은 “도산마을은 수십년 전부터 마을 자체적으로 한 해 풍년을 기원하는 천제를 지내왔다”며 “이번 시농대제 때는 마을 어르신이 함께한 흥겨운 농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2019고창 한반도 시농대제’가 닷새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고창군 마을 곳곳이 행사 준비로 들썩이고 있다.

본격적인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곡우(穀雨) 하루 전인 오는 19일 오후 1시 고창군 고인돌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시농대제(始農大祭)는 총 3부로 나눠 진행된다. 식전행사로 농악과 농요 공연이 흥을 돋운다.

개회식에는 타악공연(땅의 울림), 100세 어르신 세수식과 미디어 퍼포먼스(선택의 땅, 고창), 시농의식(씨앗 심기)으로 분위기가 고조된다.

고창군 김영술 농업정책팀장은 “태초에 씨앗은 가냘프고, 쪼글쪼글, 못생겼다”며 “하지만, 이 씨앗에 정성어린 손길이 더해지고 자연과 호흡 하면서 저마다 놀라우리 만치 다른 개성을 지닌 다양한 꽃으로 피고, 열매로 곡식으로 맺어진다”고 시농의식의 의미를 설명했다.

2부에선 한반도 농생명문화수도 선포식이 이어진다. 도산마을 시농극과 농민대표 100인의 권리장전 선언, 한반도 농생명문화수도 고창 비전이 선포된다.

공개된 비전선포문에선 “고창군은 거석문화의 흔적이 살아 숨쉬고, 한반도 문명이 시작된 곳이다”며 “농생명 식품산업을 살리고, 선택받은 땅 고창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농생명문화수도 고창을 선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고창한반도 시농대제는 그간 타 지역 농업축제에서 등한시 됐던 지역농민을 주체로 했다는 의미도 크다. ‘농부권리장전 선언문’에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땅을 보전하고 후대에 물려줄 권리 ▲토종 종자를 보호하고 식량주권을 확보할 권리 ▲땅이 훼손되거나 농업의 가치가 파괴되는 것을 거부할 권리 등이 담겼다.

지역농민 100인이 사전에 쓴 사발통문에 행사당일 8개 지역농민단체 대표와 군수, 군의장의 서명식도 진행 된다.

앞서 농경문화 중심의 한반도는 고조선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제천행사를 열고, 생명의 근원인 창조신과 곡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하지만 고려와 조선시대 때는 “황제만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수 있고, 조선은 그러한 권한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한반도 농생명 문화 시원지인 고창군이 지역농민들과 울력해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살린다는 의미가 크다”며 “이번 한반도 시농대제를 통해 고창군이 명실상부한 농생명식품산업의 수도로 발돋움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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