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코리아플러스인터넷방송 대표


김미경스토리텔링연구소 소장

【로마=코리아플러스방송】 장형태 기자 = <사진 1 : 2019년 4월 17일, 이탈리아 로마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친견하고 있는 김미경 대표 - 세월호 배지를 교황님께 보여드리고 있다.>

 

【로마=코리아플러스방송】 장형태 기자 = 글로리아(Gloria)! 영광의 순간이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계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친견하는 일은 정말로 영광의 순간이었다. 2019년 4월 17일 수요일 오전 9시 30분, 바티칸시국(교황청, State of the Vatican City)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 앞 광장(Piazza San Pietro)에는 그야말로 전 세계 각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친견하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 중에 나도 있었다. 더군다나 특별히 나는 교황님과 악수를 나누며 잠깐이나마 몇 마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광의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바로 전날이 세월호 5주기이었음을 상기하며 내 가슴에 달고 간 세월호 배지를 가리키며 그분에게 이렇게 짤막하게 말했다.

“I Love Peace.”, “I Love You.”

그 분은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신 듯 세월호로 돌아가신 영령들을 위해 잠깐의 축원을 해주셨다. 아! 바로 그 순간에 나는 번뜩 그분이 지난 2014년 8월 14일, 한국에 방문하셨을 때 제일 먼저,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서 위로했던 말씀이 생각났다.

“희생자들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다. 마음이 아프다."

나는 아직 천주교인이 아니다. 그러나 종교를 초월하여 그분의 파파처럼 따뜻한 마음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사실, 이번 이탈리아 로마 방문은 로마교황청 주재 이백만 한국대사님과 인연이 깊은 지인들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마침 세월호 5주기를 맞아 4월 16일 오후 6시, 로마에 있는 교황청립 그레고리안대 예배당에서 “세월호 5주기 추모 미사”가 봉헌되었다. 이날 추모 미사에 나도 얼떨결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추모 미사 시작 전, 세월호가 침몰할 무렵 죽기 바로 직전에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정말 기가 막혀서 그저 주저앉아 대성통곡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급기야 이백만 대사님이 미사 중간 중간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나도 같이 울었다.

 

 

 

 

 

 

 

 

 

<사진 2 : 2019년 4월 16일,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안대 예배당에서 “세월호 5주기 추모 미사”가 봉헌 되고 있다. 이백만 대사 부부 모습도 보인다.>

나는 진도를 사랑한다. 진도에서 진도를 연구하며 보낸 세월이 꽤 길다. 그런 내가 진도를 떠올리면 가장 슬픈 기억이 바로 세월호이다. 나는 진도를 연구하며 3년 동안 진도군 학예연구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 진도군 발전을 위해 애써주실 귀한 손님들이 오시면 나는 기꺼이 진도군 명소들을 안내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소위 세월호를 침몰시킨 맹골수도 근처를 배로 간 적이 있으며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사실, 맹골수도가 있는 바로 그 끝 지점 즉 세월호를 침몰시킨 그곳에는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섬 - 병풍도가 있다. 그 병풍도는 돌섬이 하나가 아니라 병풍처럼 돌섬들이 여러 개 줄지어 있기 때문에 거대한 돌섬 밑에 있는 그곳은 물살이 매우 세고, 유속이 빠른 지역이다. 멀리서만 봐도 병풍도 근처 바다 색깔만 진한 검푸른 색을 띠고 있다. 나는 그 검푸른 색깔의 바다만 바라봐도 섬뜩한 느낌이 들었었다. 그래서 손님들이 자꾸 병풍도를 가까이 가서 보고 싶다고 요구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위험한 곳이라 절대로 갈 수 없다고 배의 거리를 좁히는 일을 거부했었다. 왜냐하면 멀리서 보아도 일반적인 옥색 바다 색깔보다 몇 배로 진한 검푸른 바다 색깔이 나를 강하게 위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병풍도를 품고 있는 그곳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큰 일이 일어났다. 정말 그 일이 터진 날 - 나는 그냥 푹석 주저앉아 대성통곡하고 싶었다. 어떻게 그곳으로 배가 다닐 수 있지?! 아무리 큰 배라도 그곳은 위험한 곳인데... 화가 났다. 그냥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매우 크게 화가 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바다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봤는데... 어떻게 큰 배를 경영하는 회사가 이런 위험한 곳으로 30분의 시간을 아끼고, 배의 유류 값을 절감하기 위해 그렇게 위험한 짓을 감행했단 말인가.

아이고! 이를 어쩌나?! 하필이면 그 몹쓸 병풍도 바다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고 갈 젊은 꽃 같은 청춘들을 사정없이 사납게 집어삼켜 버리다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후 나는 팽목항을 몇 번이나 찾았는지 모른다. 다행히 나는 팽목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접도에 아직 집을 남겨두고 있어서 진도 팽목항에 오는 일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수월했다. 그러나 아무리 팽목항에 자주 와서 외쳐도 세월호 희생자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뜻밖의 일을 겪으며 인생에 대한 강한 회의가 여러 번 들었었다. 그런데 이번 이탈리아 로마 방문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친견”하며 나는 많은 위안을 얻었다. 정말 그 분이 진정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주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그리고 이날, 내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또, 크게 감명 받은 것은 전 세계에서 자신을 보기 위해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또렷하게 전한 그의 진정한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 때문이다.

 

 

<사진 3 :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전 세계인들에게 말씀하는 모습과 직접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들>

 

 

 

“거룩한 이 시기(성주간)에 주님께서 우리에게 매일의 일상을 당신 영광을 위해 살도록 가르쳐 주실 수 있길 빕니다. 곧, 사랑으로 사는 법을 말입니다. 시련 속에서도 그 분께 믿음을 두면 그 분의 용서를 받아들이고, 우리 역시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길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그대들에게 복을 내리시길!”(2019년 4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 중에서)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사랑으로 사는 법”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무지막지한 일이 일어났음에도 세상은 그대로 돌아간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바로 “사랑”으로 꽃 같은 생명들을 기억하며 우리 주변에서 다시는 그런 무지막지한 일이 일어나는 불행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대로 “우리 역시 용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제, 나는 모든 분노로부터 빠져나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이 세상을 함께 살아나가는 모든 이들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싶다.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복을 내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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