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동교회 신본당과 구본당
두동교회 신본당과 구본당

【익산=코리아플러스】 이한국 기자 = 교회 예배당 오른쪽 한쪽엔 남자들만, 왼쪽 한쪽엔 여자들만 앉는다. 별도의 출입문도 있다. 동선을 분리해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했다. 예배당 내부 안에서는 모서리 기둥 사이에 휘장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휘장막을 가운데 두고 남녀가 서로 바라볼 수 없도록 했던 것이다. 이 독특한 자리 구조는 당시 남녀차별의 유교풍습을 그대로 반영했던 것이라고 전해진다. 독특한 내부 구조에다 휘장막까지 이처럼 철저히 남녀가 유별하도록 구분해 왔던 교회는 전국에서 단 두 곳 뿐인데 김제 금산교회에 이어 익산시 성당면에 위치한 익산 두동교회 구본당(두동교회)이다.

◇ 유교풍습이 반영된 두동교회

두동교회 구본당
두동교회 구본당

현재는 남녀가 철저히 구분해서 앉아 예배를 본다거나 하는 독특한 모습을 볼 순 없다. 언제까지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상당한 기간 동안 유교적인 풍습이 가미된 교회 예배가 진행돼 왔을 것이다. 남녀유별적인 유교 전통이 막 무너져 가는 1920년대에 오히려 ‘ㄱ자형’ 예배당을 통해 남녀유별의 전통을 보여 주면서 남녀 모두에게 복음을 전파하려고 했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다.

1923년 설립된 두동교회는 소나무를 재목으로 하여 지어진 ‘ㄱ’자형의 한옥으로 지붕은 우진각 형태로 되어 있다. 두동교회 바로 옆엔 제법 큰 소나무 한그루가 교회를 감싸고 있고 오른편에는 예배를 알리는 데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 종탑이 있다. 이 종탑은 일제강점기 때 소실되어 2007년 새롭게 복원되었다고 전해진다. 교회 내부 예배당의 천장은 없이 대들보와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바닥은 장마루가 깔려 있으며 강단은 마루와 약 40여㎝의 높이다. 설교를 하는 강단 위 강대상(講臺床)에서 오른쪽은 남자 신도들만 왼쪽은 여자 신도들만 앉아 예배를 보고 설교자는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 보며 설교를 해 왔을 것으로 보인다.

◇ 역사적, 종교적으로 가치 높은 두동교회

두동교회 사적 지정
두동교회 사적 지정

두동교회는 기독교와 한국의 전통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로 지난 2002년 전라북도 지방문화제 제179호 지정되었으며, 2011년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한국기독교 사적 제4호로 지정했다. 현재 두동교회 구본당 옆에는 지난 1964년 붉은 벽돌조로 새롭게 신 본당이 들어섰다. 이후 1991년에는 교육관, 2005년에는 선교교육관들이 차례로 지어져 구본당 교회와 함께 교회 역사가 잘 보존되어 오고 있다.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가치가 높은 두동교회 구본당은 익산이 가지고 있는 4대 종교 흔적 밟기에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두동교회를 찾아 왔다는 한 성도는 “남자와 여자가 따로 앉아 하나님께 예배를 드려왔다는 건 참 독특한 형태”라며 “김제 금산교회와 비슷한 면도 많지만 두동교회도 그 나름대로 색다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두동교회는 한국의 토착성과 자율성을 강조한 일종의 자립형 선교라 할 수 있는 ‘네비우스 선교정책’을 통해 기독교와 한국의 전통을 잘 살렸으며, ‘ㄱ’자형 예배당은 한국기독교 전파과정의 이해와 교회 건축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건물이다. 이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두동교회를 찾고 있다. 이들은 아마 지난 그 시절의 두동교회 안에서의 예배를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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