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악의적인 ‘갑’질에, 사라져가는 전통시장

한산한 전통시장 모습과 범죄자로 내몰리고 있는 상인들
한산한 전통시장 모습과 범죄자로 내몰리고 있는 상인들

【익산=코리아플러스】 김단오 기자 = 전북도 익산시 황등 전통시장 내에서 생닭을 구매한 소비자가 판매 업소에 불만을 품고 생닭 판매는 불법이라며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해 문제가 되고 있다.

해당 민원인은 전통시장에서 "산닭 판매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민원을 제기할 것이니 두고 보라!" 했다고 한다. 실제로 같은 내용으로 2번째 민원을 제기해 해당 상인뿐만 아니라 동종 상인들도 계도조치를 받았다. 해당 판매자는 전통시장 내에서 40년 가까이 생닭 판매를 해 온 영세업자로, 농가에서 키운 닭을 대신 잡아 주거나 ‘토종닭’ 을 판매해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익산시 관내에 닭을 도계해주는 '허가받은' 소규모 도계장이 없는 실정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도계를 위해서는 이렇게 전통시장 산닭 판매 업소에서 처리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 동종 상인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닭이 필요해 구매하러 온 소비자가 전통시장 내 생닭을 판매하는 업소를 대상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 자체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전통시장 내 한 상인은 “불법이라면 사지도 말아야지, 구매 후 불법이라며 민원 제기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악의 적으로 했다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익산시 관계자는 생닭 구매자인 민원인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규제 방법이 없고 판매 업소에만 행정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답답한 마음을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각 지자채에서는 전통(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선거 기간에 많은 후보자가 길거리에서 떡볶이도 먹고 포장마차에서 국수도 먹는 모습으로 서민 코스프레하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표’를 부탁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 상 전통시장 내 많은 상가와 상인들은 전통적으로 해 왔던 방식대로 시장을 지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잠재적인 ‘범법자’이며 실제로 일부 상인들은 ‘범죄자’ 내지 ‘전과자’로 내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위정자들은 선거철에만 전통시장을 방문하여 표를 부탁할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 상인들이 억울하게 ‘범죄자’로 내 몰리지 않도록 당선된 후에도 제도적인 보완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법의 잣대로 엄격하게 본다면 시장 내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나 국수를 팔면 식품가공법 위반일 것이며, 시장 인근 인도를 점거하고 자판대를 깔아 놓은 상인들은 도로관리법 위반에 해당되어 모두 행정처분 대상이다.

또한 생닭을 팔면 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이다. 위법한 사항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통시장 내에서 보이고 있는 모습들은 수백년간 관습적으로 이어지며 전통으로 자리 잡은 것들이 대부분일 것인데 악의적인 민원 하나로 오랜 전통이 불법이 되고 상인들은 범법자가 된다면 앞으로 전통시장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럼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첫째, 법 이전에 관습적으로 행해져온 전통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전통시장 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양성화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두고 적법화 진행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적 보완이 어려워 적법화가 어려운 업종이 있다면 그에 맞는 적절한 보상을 통해 영세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악의적인 민원이 나오지 않도록 판매자뿐만 아니라 구매자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 ‘미성년자’가 위조된 신분증으로 업주를 속인 후 술집에 들어가, 경찰에 신고해 술값을 내는 대신 업주를 처벌 받게 하는 사건이 사회 이슈가 되었었는데 이러한 법적 근거가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셋째, 전통시장 만이 할 수 있는 특성을 살려야 할 것이다. 현대화사업과 동시에 특색 있는 ‘컨텐츠’ 개발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전주 ‘남부시장’ 의 야시장은 청년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까지 협업하여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는 볼거리와 먹거리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들도 민원인들이 민원제기가 ‘악의적인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심사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피민원인도 다름 아닌 공무원들이 모셔야 할 시민이며 국민이다.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전통시장 내 대부분의 상인들을 잠재적인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를 알고 있는 몇 몇 악의적인 민원인들은 이를 개인적인 이득이나 감정을 푸는데 이용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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