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빛

양은냄비 연가
                   이삭빛

누구나 만만하게 그를 대했다.
늘 그 얼굴에 그 키,
몽땅 연필처럼 때론 버려지기도 했고,
다른 삶에 끼여져 겨우살이를 하기도 했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그는 일만 했다.
세상에 그보다 못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부리면 휘어지는 만만한 손,
그의 인생은 심한 관절통처럼 굴곡져 있었다.
그는 겨자씨만 한 힘으로 살아갔다.
노랗게 떠서 숨마저 쉬지 않은 채,
하늘도 그를 푸른 손가락으로 휘저었다.
그런 그가 갈라지지 않고 버티며 살아온 힘은
아무도 몰래 달구어진 고통 때문이었다.
울퉁불퉁 구부러져도 끝내 놓지 않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불길에 놓이면 뜨겁게 달아오르는 연극배우,
그의 본 태생은 배우였다.
죽음에서 축제를 본 순간
그는 모든 이의 꿈이 돼야 했다.
세상 사람 모두가 그를 그릇만도 취급하지 않았지만
그는 세상의 밥이 되었다.
그의 비밀은 꿈처럼 아름다웠다.
노란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그는
마지막 여행길에서조차 추억의 풍경이 되었다.
뜨겁도록 처절하게 숨을 멈출 때까지도...
 
詩포인트: - 이 시는 오프라 윈프리를 생각하며 쓴 시 -

곱고 화려했던 길가의 가로수도 싸늘한 무대 위에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 사이사이를 눈부시도록 찬란한 햇살이 쏟아져도 가슴은 허전하고 시린 계절...

마지막 남은 낙엽 한 잎이 현실에 아린 삶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고 한다면 과장일까?

양은 냄비란 시는 사물의 결손의식을 이해하려는 심정으로 의인화를 통해 본
양은 냄비의 일생을 표현하려 했다.

보잘것없고 제대로 된 대접도 받지 못하는 약자에 대한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고 싶었다.

그런 하찮은 냄비지만 달구어진 고통을 통해
이 추운 겨울, 희망과 추억이라는 따뜻한 친구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양은 냄비에 사랑 한 컵 붓고 펄펄 끓어서
사랑의 입김으로, 이 겨울을 다 함께 행복으로 노래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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