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를 '악마화'하여 '영웅심리'를 부추기지 말라

【세종=코리아플러스】 장영래 기자 = 한국YWCA연합회는 지난 25일 입장문을 통해 디지털 성착취를 만든 것은'악마'가 아닌 '강간문화'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범죄자를 '악마화'하여 '영웅심리'를 부추기지 말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이다.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박사' 조주빈이 3월 25일(수) 검찰에 송치됐다.

포토라인 앞에 선 조주빈은 피해자에게 할말이 없냐는 질문에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피해자를 향한 사과 없이 자의식에 도취된 범죄자의 발언은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분노하는 국민 모두를 기만한 행위였다.

범죄자가 할 수 있는 말은 피해자를 향한 진정한 '사죄' 뿐이다.

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쥐어주지 말아야 한다.

잇따른 언론 보도에서는 가해자를 '악마화'하여 가해자들의 '영웅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박사'의 학보사, 봉사 활동 등 과거 행적에 주목하며 이중인격을 가진 괴물로 표현하고 있다.

언론은 핵심을 잃고, 소설쓰기에 한창이다.

성범죄자는 ‘악마화’하여 용인될 수 없다.

범죄자는 강력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일 뿐이다.

소라넷, 웹하드, 웰컴투 비디오, 텀블러 등 여성에 대한 성착취는 장소와 방식을 달리한 채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우리는 끊임없는 디지털 성착취 범죄들을 통해서 소수의 '악마'가 자행한 범행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에 참여했던 26만명에 달하는 '공범'들은 악마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피해영상물을 시청하고, 유포했으며, 적극적으로 성착취를 지시했고, 범죄행위를 방조했다.

우리의 일상 속에 '평범한' 얼굴들로 숨어 있는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들을 만들어 낸 것은 '강간 문화'였다.

'남자라면 그럴 수 있다'며 면죄부를 줬던 우리 문화가 수많은 범죄자들을 양산해냈다.

디지털 성착취를 끝내야한다는 외침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올바르게 응답하지 않았다. 정부는 물론이고 검경찰, 법원도 수많은 이유를 들먹이며 제대로된 수사와 처벌을 이행하지 않았다.

국회의원과 사법부, 법무부 관계자들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성착취물을 '자기만족', '예술작품'이라며, '자주 하는 일'이라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자성의 노력을 했더라면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검경찰과 법원은 성착취 종식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정의로운 수사와 판결로 응답해야 한다.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들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말고 공범들을 철저히 색출하여 처벌해야 한다.

한국YWCA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와 강간문화의 근절을 위해 끝까지 목소리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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