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계도의 세상만사】 추락하는 국격
【장계도의 세상만사】 추락하는 국격
  • 강경화 기자(adjang7@naver.com)
  • 승인 2020.09.24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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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플러스 논설고문, 미국 시카고 세계합기도 회장

【장계도의 세상만사】 추락하는 국격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14세기 영국과 불란서 간 100년 전쟁이 있었다. 1374년 영국군에 포위된 불란서의 칼레시는 함락되고 전쟁은 영국의 승리로 끝이났다. 이에 불란서는 영국왕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구하는 항복 사절단을 파견하게 되는데 영국 측에서는 불란서의 그간의 반항 탓에 치른 전쟁 대가로 칼레시민 모두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칼레시민 6명을 시범 처형하겠다는 요구를 했다. 이에 칼레시민들은 몹시 당황했다. 바로 이때 칼레시의 최고 부자였던 '외수타슈드 생피에르'가 처형을 자청했고 뒤이어 시장, 상인 법률가 등의 귀족들이 서슴없이 처형을 자청했다. 사형 당일 모두 교수대에 모여 처형을 기다리고 있는데 임신중인 영국여왕의 간청과 또한 칼레시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죽음을 자청한 귀족들의 희생정신에 감복한 영국왕은 이들을 모두 살려주었다. 여기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말이 나왔다. 영어로는 Nobility Oblige라고 하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불란서어로 '지체높은 귀족은 그에 걸맞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함께 져야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요즘 우리 한국에서는 장관의 일탈행위 문제로 시끄럽다. 겨우 자기아들 병역특혜 청탁문제로 말이다. 얼마 전에는 전 법무부 장관의 불법행위에 가족의 비리까지 만천하에 들춰졌다. 고위 공직자들의 탈법, 이를테면 위장전입, 재산증식, 가족과 친ㆍ인척의 특혜사건 등 추하고 졸렬한 비리들이 수없이 많았던 것을 감안 한다면 장관의 사건도 의례히 있을 법한 일로 치부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실은 이런 현상이 큰 병인데도 말이다. 노자 도덕경 79장에 '천도무친(天道無親)'이란 말이 있다. 하늘의 법도는 사사로움이 없다는 말인데 위정자나 고위 공직자는 사사로움을 극복한 성숙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 위에 서야 사회가 안정되고 나라 살림이 잘된다는 공자의 말도 있지만 아직도 한국에는 귀족은 없는 듯싶다. 휴가 나갔던 사병이 17분 늦게 귀대했다고 감옥을 갔는데 18일이나 늦게 귀대한 장관의 자식은 무사했다니 말이 되는가. 내 권세를 앞세워 그렇게 자식을 키우면 나중에 무엇에 쓰겠는가.

권세 있는 귀족(?)이라면 그에 걸 맞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솔선 이행해 타의 모범이 돼야 하거늘 되려 사리사욕과 부정부패를 앞세우니 나라꼴이 한심스럽다. 돈 있고 권세 있고 학벌이 좋다고 다 귀족은 아니다. 귀족이면 귀족다운 행실이 뒤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1982년 영국과 알젠틴 간 싸움이 있었다. 일명 포크랜드 전쟁으로 알려졌지만 전세는 세계가 알젠틴의 승리를 점쳤다. 이 어려운 때에 영국의 앤드루 왕자는 자원해서 조종사로 참전했고 당시 대처수상의 아들도 자원입대해 최전방에서 총을 들지 않았던가. 영국 병사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고무되어 사기충천했고 결국 영국의 승리로 끝이났다. 바로 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오늘의 위대한 영국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케네디가(家)에서도 2차 대전에 형제가 참전했는데 허리가 아픈 잭 케네디는 병역 면제자였지만 태평양 솔로몬 제도에 해군 장교로 자원입대해 해군함정이 침몰했을 때 많은 부하들의 생명을 구조하고 자신은 부상을 당했으며 장남 조지프 케네디는 독일 상공에서 전사했지 않은가.

지금 우리 한국은 어떤가. 귀족들의 교만과 특별대우는 자연 그 사회가 혼란하고 어두울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일제 때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독립투사를 양성하고 독립운동 자금을 댔던 초대 부통령 이시영 씨도 있었고 ‘어려울 때 100리 내에 굶는 사람이 없게하라’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나눠주던 경주 최 부자도 있기는 하다. 1967년 이스라엘과 아랍연합 국가 간 6일 전쟁을 생각해보자. 67년 6월 5일부터 6월 10일까지의 중동전쟁은 이스라엘 대 이집트 파키스탄 등 12개 아랍 연합국의 24만 병력 대 5만의 이스라엘 병력이 전쟁을 벌였을 때 아랍의 해외 유학생들은 귀국을 기피했지만 이스라엘 해외 유학생들은 구국정신으로 귀국을 서둘러 너, 나 없이 총을 들지 않았던가. 다섯 배나 되는 아랍군 과 싸운 이스라엘 군 전사자는 1천 명이고 아랍군은 20배나 더 많은 2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이스라엘 승리로 전쟁은 끝나지 않았던가. 이것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다. 필자는 합기도 사범인데 미국 제생들에게 싸움의 수나 몸의 크기보다는 정신력이 가장 큰 무기임을 가르치고 있다. 귀족이면 뭐하나. 그에 걸맞는 행실이 뒤따라야지. 돈이 많으면 뭐하나. 지금 쓰는 돈이 내 돈이고 쌓아놓은 돈은 내 돈이 아니다.

조국이 어수선하고 추락해 가는 국격에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사회가 쇠퇴하고 한나라가 망하는 것은 악인들이 악행을 저질러서가 아니고 그 악행을 수수방관하는 사람들 탓에 망한다”고 한 아인슈타인의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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