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플러스 논설고문, 미국 시카고 세계합기도 회장

【장계도의 세상만사】 만물에 깃든 하나를 보라.

“만물에 깃든 하나를 보라. 그대를 헤매게 하는 것은 두 번째다.”라는 인도의 시성(詩聖) 카바르의 말은 마치 불란서의 언어학자 아르센다 메테터(Arsene Dermesteter)의 지적처럼 인도 유럽어에서 둘을 뜻하는 어근이 불량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퍽 의미심장하다.그리스의 접두사 ‘dys’나 라틴어의 ‘dis’, 예를 들어 소화불량을 뜻하는 ‘dyopepsia’와 불명예스럽다는 ‘dishonorable’은 모두 ‘duo’(둘)에서 파생되었고 “그대를 헤매게 하는 것은 두 번째이다.”라는 표현의 흔적은 수상하다는 ‘dubious’와 의심과 의혹을 뜻하는 ‘doubt’와 ‘Zweifel’(독어)에서 볼 수 있듯이 의심한다는 것은 마음이 둘로 갈라졌다는 말이다. 그래서 두 마음은 절망이고 괴로운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도 도마복음 22장에서 둘을 하나로 만들 때 천국이 도래한다고 했다. 하나는 순(純)이요. 둘은 잡(雜)이다. 17세기경 봉건주의 사회 때, 일본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티 매스터(tea Master:다도:茶道를 익혀 마음을 비우고 선정에 드는 법에 통달한 사람)이 볼일이 있어 시장에 나갔다가 붐비는 사람들 틈에 어찌하다가 한 사무라이와 어깨를 부딪쳤다. 허리춤에 긴 칼을 차고 험상궂게 생긴 사무라이는 당장 화를 벌컥 냈다.

“보이는 게 없느냐. 사무라이의 어깨를 부딪치다니!”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티 매스터의 정중한 사과에도 사무라이는 단호했다. “용서를 받는 유일한 길은 나와 생사를 가리는 결투에 응해야 하는 거다” 그까짓 일로 결투를 해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 사무라이의 완강한 태도에 할 수 없이 저녁 해 질 무렵 마을 뒷산 과수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할 일을 좀 일찍 마친 티 매스터는 결투시간까지 시간의 여유가 있어 당대 거물 도사로 이름난 미야모토 무사시를 방문했다. 티 매스터는 미야모토에게 정중히 예를 갖추고 사연을 설명한 후, 이런 부탁을 했다.“도사님. 명예롭게 죽는 법을 한수 배우러 왔습니다.” 의외의 질문에 크게 놀란 미야모토는 보통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걸 직감했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마다 싸워 이기는 법이나 어떻게 상대를 죽일 수 있나를 물었는데 당신은 전혀 다른 사람이구먼.. 그래, 어떤 무술을 익혔는가?”“저는 무사가 아니고 다도를 익힌 사람입니다.” “그럼, 나에게 차한 잔 대접해주지 않겠나?” 미야모토의 청에 티 매스터는 예를 갖추고 현관으로 나가 정성껏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미야모토가 차 대접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금방 닥칠 생사의 결투를 앞에 두고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관찰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동요 없이 차 준비에만 몰두하는 티 매스터의 일행삼매(一行三昧)의 자세에 놀랐다. 찻잔을 받아든 미야모토는 말했다. “내가 가르쳐줄 것은 하나도 없소. 당신은 명예롭게 싸우고 죽는 법을 터득한 사람이오.  그 사무라이한테 가거든 지금 내게 대하는 예의 바른 그 마음으로 똑같이 대하시오. 단 하나, 칼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는 상대의 눈을 직시한 채 움직이지 말고 단칼에 베인다는 한 생각만 하시오. 그러면 피를 보지 않고 싸움을 끝낼 수 있을 것이오.”“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티 매스터는 깍듯이 예를 갖추고 약속한 과수원으로 향했다. 사무라이는 벌써 와 서성대고 있었고 티 매스터를 보자, “그래, 결투를 결심하고 왔구나. 자! 이제 시작하자.”며 사무라이는 당장 칼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티 매스터는 아무런 동요없이 사무라이에게 절을 하고는 꿇어앉아 냎색에서 칼을 꺼내 들고는 다시 묵념을 했다. “뭘 꾸물대는 거냐. 빨리 시작하지 않고!” 사무라이를 마주보고 선 채 상대에게 목례를 한 다음 칼을 뽑아 머리위에 치켜든 티 매스터는 상대의 눈을 직시했다.

아침에 어깨를 부딪쳤을 때는 별것 아닌 티 매스터가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저녁노을의 붉은 햇살이 번뜩이는 티 매스터의 칼날에 사무라이는, “저것이 내 핏자국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났고 “내가 상대를 잘못 본 것 같구나. 저 사람이야말로 진짜 사무리이의 고수임이 틀림없어.” 이런 상상에 사무라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이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식은땀을 흘리더니 그는 칼을 버리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용서해 주십시오. 죽을죄를 졌습니다.” 그러자 티 매스터는,“결투는 이것으로 끝이오.” 하면서 칼을 거둔 티 매스터는 사무라이에게 예를 갖추고는 발길을 옮겼다. 사무라이는 티 매스터의 뒤를 쫒으며 간청했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안됩니다.”라며 청을 거절한 티 매스터는 묵묵히 앞서 걸었다. 사무라이는 티 매스터의 앞길을 막고 무릎을 꿇은 채,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다시 간청했다. 그제 서야 티 매스터는 “그럼, 따라오십시오.” 이래서 사무라이는 티 매스터의 제자가 되었고 마음 다스림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저작권자 © 코리아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