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플러스 논설고문, 미국 시카고 세계합기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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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계도의 세상만사】 내가 소속된 골프클럽 회원 중 케빈 윌슨이라는 한 회원이 유독 말이 많고 거칠었다.

골프 매너도 어수선한 데다가 특히 18홀을 끝내고 클럽하우스 라비에 모여 스낵이나 맥주 파티 때면 회원들이 불편해 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는데 아무도 그의 거친 언행을 나무라거나 제어하는 사람은 없었다.대학 시절에 풋볼선수로 쌈깨나 하고 다녔다는 윌슨 씨는 거침없는 성품에 다혈질이었다. 그런데 별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윌슨 씨와 부닥치던 날도 골프 규칙 때문에 아규(말다툼)가 있었던 스칼 제임스라는 회원의 커피잔에 맥주를 들어붓고부터였다. 회원 중 동양인은 나 하나였는데 그날도 윌슨 씨의 무례한 언행에 다들 불편해하는 기색이었다. “윌슨 씨. 그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라고 내가 나섰다.

“뭐라고!” 윌슨 씨는 대뜸 내 말에 반기를 들었다. “윌슨 씨 좀 자중했으면 좋겠습니다. 회원들이 다들 불편해하잖아요?” “뭐! 당신이 뭔데 감히 나한테 충고야!” 윌슨 씨는 의자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고는 공격할 기세로 다가섰다. 나는 미동도 없이 의자에 앉은 채로 윌슨 씨의 얼굴만 물끄러미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윌슨 씨는 슬그머니 주먹을 내리더니 제자리로 돌아가 앉고는 냅킨으로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골프클럽에서 윌슨 씨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는데 그날 광경을 목격한 회원들의 반응은 재미있었다.

“아니! 매스터 장 진짜 사범이 맞아?” “그런데 왜 그렇게 조용히 앉아만 있었지?” “글세 말야. 윌슨 씨의 뱃대기라도 걷어 차버릴 일이지..?” 다들 윌슨 씨의 무례하고 거친 태도를 응징하고 팟던 가슴의 멍을 나를 통해 대신 풀고 싶었던 회원들의 소원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아쉬움을 나는 느꼈지만 딱 한사람 콤뮤니티 칼레지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해밀턴 씨가 주차장을 향해 걸으며 내게 다가와 말했다. “매스터 장! 참 훌륭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요?” “오늘은 케빈(윌슨)이 매스터 장한테 완전 녹다운 되었습니다.” 차 문을 열고 서서 해밀턴 씨는 이렇게 말를 덧붙였다.

“통쾌한 매스터 장의 완전 KO승입니다.” 왜, 같은 시간에 똑같은 상황을 목격하고도 이처럼 상황 판단 내용이 다를까. 물론 이것은 각자의 과거 생활 내용에 따른 무의식 속에 고정화 된 업식(業識) 탓이지만... 2차대전 당시 아프리카 가봉의 열대 우림속에서 자선 의료사업에 전념하던 알버트 슈바이처와 식인종 원주민 추장과의 대화를 생각해 보자. 매일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슈바이처가 말했다. “사상자가 너무 많다. 슬픈 일이다.” 그러자 추장이 말했다. “그래요. 그건 정말 낭비예요.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죽일 일이지” 한쪽은 연민이 가득한 사랑과 자비의 표현이고 다른 쪽은 인간의 생명을 한낫 식용의 대상으로 취급했을 뿐이다. 나는 그날 윌슨 씨에 대한 처사가 옳았다거나 훌륭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말썽 많은 윌슨 씨는 우리 골프모임에서 탈퇴했다는 것은 당시 아무런 심적 동요가 없이 평정심에 태연자약했던 자신이 기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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