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플러스 논설 고문, 미국 시카고 세계합기도 회장

코리아플러스 논설고문, 미국 시카고 세계합기도 회장

【장계도의 세상만사】  합기도 오후반 클라스가 끝나고 6시부터 저녁 클라스가 시작되는 7시까지는 내가 1시간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오후 클라스를 끝내고 나는 사무실 의자에서 도복을 입은 채로 깜박 졸았나 보다. 갑자기 우당탕 왁자지껄하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대여섯 명의 불량배(?)들이 내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그중 두목인듯한 사내가 흰 도복에 검은 띄를 매고 태권도 훌칸택트 대련시 사용하는 호구에 머리에는 헤드기어를 쓴 채 두 주먹엔 이종격투기에서 사용하는 글러브까지 끼고 있었다. 스무살 쯤으로 보이는 그가 내 책상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뭘 도와줄까?”

“당신이 사범이냐? 난 동양 무술 챔피온인데 당신하고 한판 붙으러 왔다.”

“그래? 돈키호테 같은 녀석이구먼!”

“돈키호테라니!?”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가 쓴 소설인데 돈키호테는 자기가 기사인줄 알고 풍차에 돌진한 무모한 기사 얘기야!”

“난 그런 것 모른다. 그냥 한판 붙어보자!”

“그래? 원한다면 내 상대해주지. 하지만 다치면 어떡하지?”

“잔소리 그만하고 빨리 붙자!”

마침 도장 안에서는 헉헉대며 부시닥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무실 창 너머로 내다보았더니 또 다른 네 명의 사내들이 두 팀으로 나눠 신발을 신은 채 레스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당장 사무실을 나와 매트위로 올라서면서,“이봐! 너희들 지금 뭐하는 짓이야! 스탑(stop)!”바로 그때 결투를 신청한 두목이 뒤따라 나와 내 소매를 끌며 싸움을 서둘렀다. 나는 그가 끌어당기는 방향으로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디면서 그의 손목을 꺽어 내렸다. 그러자 그는 “털푸덕”하고 매트위에 꼬꾸라졌다. 그때서야 매트위의 사내들이 레스링을 그치고 꼬꾸라진 두목 가까이 다가와 그를 애워싸 듯 반원을 그리고 서있었다. 모두 열 명이었다. 꼬꾸라진 채 신음하는 두목을 내려다보면서 내가 말했다.

“걱정마! 내가 네 팔을 부러뜨리진 안을 테니까.” 그리고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으면서 조금 힘을 넣어 팔목 관절을 매트 위로 눌러 내렸다. 두목의 팔굽과 손목이 ‘ㄴ, ㄱ’자로 꺽인 채 배를 깔고 매트 위에 납작 엎드린 그는 계속 신음만 하고 있었다.“이봐! 넌 20대 팔팔한 청년이고 난 너의 할아버지 벌 되는 70대야! 하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 빠져나갈 수 있겠어?”“아~! 아아 엉엉~!” 하고 신음만 하지 꼼짝 달싹 못하는 그에게 말했다. ”내 한 손으로만 누룰테니 일어나봐. 그럼 내가 1년간 합기도 공짜 렛슨을 시켜줄게!” 나는 두목의 팔굽과 손목 관절의 각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저녁 클래스를 위해 부사범이 들어섰다.

“관장님 무슨 일입니까?” “응! 자넨 빠져. 시범 보이는 중이야.” 그러면서 나는 두목의 손목을 그의 몸통을 향해 밀어 넣었다. 그의 커다란 몸통이 뒤로 밀려났다. 사실, 이 기술에 걸려들면 아무도 빠져나올 수가 없는 완전한 관절기였다. 그러자 두목은, “놔 주세요. 제발요.”라며 애원했다. “그래! 놔 줄테니 한판 붙어볼까?” “아니요. 잘못했어요. 미안합니다.” 나는 그제서야 손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풀려난 두목은 도망치듯 문을 나섰고 나머지도 그를 뒤쫒아 뛰쳐나갔다. 이걸 지켜보던 부사범이 “휴~”하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떼로 달려들지 않을까 해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랬어? 두목이 쓰러졌는데 왜, 똘마니들을 신경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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