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예술계의 거장
이종일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을 만나다-1

【거창=코리아플러스】 박형원 기자 = 아지매요!

거창연극학교 갈라하면 어디로 가야 하는교?

마리면사무소 앞에서 잠시 길을 잃어 지나가는 동네 아낙에게 길을 물어본다. 잠시 멈짓하더니  "글쎄요...저쪽 큰 도로로  곧장 가시다가 수승대 쪽으로 빠지지 말고 우측편으로 가면 폐교 있는데 거기 같은데요...." 잠시 말끝을 흐린다.  타지에서 온 사람을 경계하는 지역의 민심상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은 역사적 아픔이 한목한듯 생각든다.  한 십여분 가니 우측편에 낡은 간판이  가을햇살에 곱게 늙어가고 있었다.

【대구=코리아플러스】 박형원 기자 =거창연극학교 간판(사진=박형원기자)
【대구=코리아플러스】 박형원 기자 = 거창연극학교 전경 (사진=박형원기자)

 

거창연극학교는 구 초등학교 폐교지를 활용해 거창군을 국제연극제로 승화시킨 이종일(67세)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의 연극학교 겸 집무실이 있다.  1983년 7월19일 극단 「입체』로 시작한 지역의 연극제가 어느듯 30년을 훌쩍 넘는 시간속에  프랑스 아비뇽 및 영국 에딘버리 페스티벌과 더불어 국제연극페스티벌로 성장하게 되었다. 

 

뭐 저라고 승소판결을 받고 마냥 기쁜건 아닙니다.  거창군과 집행위 간 갈등으로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진행한 거창국제연극제가 수년째 표류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운 마음 왜 안들겠습니까?" 

 

"우린 그런거 잘 몰라요 관에서 보조금 조금 주면서 이것하라 저거하라 간섭도 많았지만 그래도 묵묵히 참으며 여태껏 버텨 왔는데.....결국 지난 11월 13일 서울지방법원은 상표권 소송에서 17억 3500만원을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이하 집행위)로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죠.  뭐 저라고 승소판결을 받고 마냥 기쁜건 아닙니다.  거창군과 집행위 간 갈등으로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진행한 거창국제연극제가 수년째 표류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운 마음 왜 안들겠습니까?"  이종일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대구=코리아플러스】 박형원 기자 =이종일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원장 (사진=박형원기자)

이위원장은 자식같은 상표권 분쟁에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차 한잔을 한다.  돌이켜보면 돈때문에 연극판에 뛰어든게 아니다.  부산에서 줄곧 자라 사범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극예술활동을 하던 친구들과 온천장에서 막걸리를 먹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 손님 한분이 거창 어느학교에 영어선생을 구한다는 대화를 엿듣고 곧장 거창으로 내려갔다.  한 6개월 있다 올라 올 요량으로 가방하나 둘러메고 왔었다. 1980년 9월 2일 발령받고 거창 대성중학교 영어선생으로 교편을 잡았다.

 

함박눈이 엄청나게 온 겨울밤이었죠. 시장에 도착 해보니 교장선생님이 먼저 와 계셨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울고 계셨죠.  아.!  그  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다 운명인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꿈을 꾸고 오진 않았습니다. 대학 졸업후 동기들은 전망 좋은 무역회사쪽으로 취업을 했고, 집에서 빈둥거리기 싫고해서 그저 한 6개월 정도 머물다 (그당시 서울 모 방송국PD 시험에 1차 합격한 상태임) 올라 갈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과 약속한 6개월이 지난 2월경에 거창을 떠난다고 하니 거창시장에서 저녁이나 먹자고 하더군요.  함박눈이 엄청나게 온 겨울밤이었죠. 시장에 도착 해보니 교장선생님이 먼저 와 계셨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울고 계셨죠.  아.!  그  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다 운명인것 같습니다.  " 이선생 ,염치없지만 저 애들 졸업만 시켜주면 안되겠나?"  하시며 자꾸 막걸리만 따라 주셨죠.  그 취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도 눈망울이 초롱한 깡촌의 제자들이 눈에 선했죠. 결국 6개월 있는다는게 장장 16년간 교사생활을 하게 되었죠"  허허~ 이위원장 특유의 웃음이 허공에 메아리친다.

【대구=코리아플러스】 박형원 기자 =장미극장 내부(사진=거창연극학교)
【대구=코리아플러스】 박형원 기자 = 거창연극학교 내 30주년 포스트(사진=박형원기자)

 

연극 극단하나 없던 문화불모지 거창에 불을 지핀건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983년 7월경 극단『입체』를 창단했다.  동료교사 몇분과 의기투합하여 학생들에게 연극이라는 문화를 통해 올곧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이건 기적이라 생각든다. 인구 6만이 채 되지 않는 산골오지 변방인 거창에  한해 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드는 기적.  그것은 한사람의 끈기와 열정에서 시작된 날개짓이 대륙을 넘어 영국.프랑스 아니 지구촌 구석구석 문화 전령사로 나비의 날개짓은 현재 진행형이다.

 

"거창에서 굴뚝산업과 사과만으로 먹고 살순 없잖습니까?  남프랑스 아비뇽 축제는 7월 한달 축제로 약1억 유로(약1,300억원)이상 경제 파급효과를 벌어 들입니다. 서울올림픽 공원보다 조금 작은  옛 도시 교황궁 뜰을 중심으로 리퍼블리크 거리가 50만명이 넘는 관객으로 도시 전체가 문화 축제의 장이 됩니다. 이곳 거창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청정 지역입니다. 덕유산과 가야산 그리고 지리산을 감싸고 있는 자연에 야외 노천광장인 수승대와 월성계곡을 중심으로 종합 문화예술축제를 진행하죠.  문화콘텐츠를  접목시켜 서울로 집중된 문화 분포도를 수평적 지역을 넘어선 문화사업으로 지역 경제활성화 및 고용창출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사계절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연극 마술사 !

이위원장의 좌우명은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이라고 한다. 봄에는 거창실버연극제 여름에는 거창국제연극제 가을에는 거창전국대학연극제 겨울에는 거창겨울연극제를 매년 개최하며 "자연. 인간. 연극"을 통해 영혼의 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대구=코리아플러스】 박형원 기자 =거창연극학교 복도 전경(사진=박형원기자)
【대구=코리아플러스】 박형원 기자 =거창연극학교 복도 전경(사진=박형원기자)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극장(Theatre of Dionysus)같은 야외공연장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아치형태의 웅장한 무대 뒤편으로 한국의 소나무를 심어 솔향기와 더불어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물소리등을 연극에 접목 시켜는 것이 저의 로망입니다."

 

" 좋은 작품 많이 만들고 연출하는것이 천직입니다!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극장(Theatre of Dionysus) 같은 야외공연장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이곳 거창은 돌이 유명하죠. 거창석은 전국에서 최고로 치는 화강석인데 무늬와 입자가 균일하고 밝으며, 미려하여  중후한 고전미를 만들어냅니다 . 아치형태의 웅장한 무대 뒤편으로 한국의 소나무를 심어 솔향기와 더불어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물소리등을 연극에 접목 시켜는 것이 저의 로망입니다."

 

거인의 등뒤에서 한국연극계의 희망을 보았다.

꿈을 꾸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수 없는 단순한 진리를  거장은 온 몸으로 보여준다.

가을볕이 따사롭다 . 돌아오는  배웅길 멀리까지 아득한 손짓으로 사랑을 보여 주시는 이 시대의  거장이 있어 더욱 따사롭다.

 

【대구=코리아플러스】 박형원 기자 = 이종일&조매정부부(사진=박형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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