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플러스 논설고문, 미국 시카고 세계합기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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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계도의 세상만사】 같은 고을에 이름난 세 무사(武士)가 살고 있었다. 고을 사람들은 셋 중 누가 제일 훌륭한 무사인지 늘 궁금했다.

그래서 그 고을 군수가 제일 훌륭한 무사가 누구인지를 가리기 위해 이런 내용의 연극을 고안했다. 먼저 심사위원으로는 유명한 고승(高僧) 한 사람에 학자 한 사람 그리고 군수 자신을 포함한 세 사람으로 정하고 고을에서 힘센 청년 한 사람을 초청했는데 그 청년의 임무는 고을 회당 대문 뒤에 몽둥이를 들려 숨게하고 무사들이 대문을 들어설 때 예고 없이 후려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는 세 무사들을 각기 다른 시간에 고을 회당으로 초대했다. 첫 번째 무사가 조금은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막 문턱을 넘으려는 순간 대문 뒤의 청년이 불쑥 나타나 몽둥이를 휘둘렀다. 너무도 갑작스런 기습에 무방비 상태로 그 무사는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10분쯤 지나 두 번째 무사가 문턱을 넘으려는 순간 그 청년은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런데 이 무사는 재빨리 몽둥이를 피하면서 허리춤의 칼을 뽑아 청년의 목에 칼끝을 겨누었다. 참으로 번갯불에 콩 튀기는 듯한 무사다운 잽싼 솜씨였다. 청년은 당장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무례한 행동을 용서해 주십시오.” 또 10분쯤 지나 마지막 무사가 당도했다. 그런데 이 세 번째 무사는 대문 앞에 와 걸음을 멈추고는 의혹스런 표정을 짓더니 담대하게 말했다.“어허! 뉘신지는 모르지만 잘 훈련된 무사에게 좀 장난이 심한 것 같소. 숨어있지 말고 밖으로 나오시오.” 청년은 고양이 앞의 쥐처럼 숙연한 모습을 하고 나와 무릎을 꿇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용서해 주소서.” 이 모든 광경을 회당 사무실 창 너머로 관찰한 세 심사위원들은 당장 세 번째 무사를 그 고을의 최고 무사로 선정했다.

첫 번째 무사는 무도를 육체적인 수련에만 열중한 초보자 수준이었는데 두 번째 무사는 상황 대처능력이 수준급인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러나 사태를 사전에 직감(直感)치 못하고 아직 의식적이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세 번째 무사는 두 번째 무사의 단계를 초월한 정신세계 즉, 무심한 무의식적 통찰력에 자기를 내맡기는 도사(道士)였다. 대련할 때 초보자들은 상대가 앞차고 주먹을 지를 때 하단 막고 상단 막기를 해야 한다거나 돌려차기 때는 수도로 막고 정권을 질러야 겠다는 식으로 매사가 의식적이지만 또 그래서 상대의 공격을 제때에 방어를 못하지만 잘 훈련된 유단자는 막고 치고 차는 모든 행동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생각 이전의 자동화된 무의식적 움직임에 상대의 눈빛과 자세만 보고도 어떤 동작이 있을거라는 예지(豫知)가 늘 번뜩인다.

이런 면에서 진정한 도사란 사후(사후)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전(事前)에 문제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가 무용담을 앞세우는 교만에 취해 있다면 아직 수련이 더 필요한 사람이다. 말하자면 남과 자주 다투는 (주먹다짐 까지 생기는) 경우 거기까지 이르게 된 자신의 책임 또한 크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힘과 기술에는 한계가 있지만 정신세계(영적인 세계라고 해도 좋다)에는 한계가 없다. 이 경지에 이르면 우리가 그 사람을 무사라고 한계를 지우는 고정관념을 지워야 한다. 그저 범인의 경지를 초월한 철학자요. 심리학자며 신앙심이 두터운 종교인이다. 사무라이의 세계에 이런 속담이 있다. “한 무술에 통달한 무사는 어떤 경우라도 일상의 생활에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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