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효열 칼럼】 한국인은 근대 문화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어머니들이 애정을 쏟으며 5000년을 함께 살아왔던 베틀을 기억해야 한다.

어머니들이 애정을 쏟은 베틀을 근대 민속자료가 복원되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무덤에서나 주로 출토되는 유물과 현대 기계문명 시대를 이어줄 중간자 역할을 하는 민속박물이 심히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지게를 벗어 던진 지가 고작 몇 십 년 되지 않았다. 새마을 운동 이후 겨우 리어카가 탄생해 농촌에 편리를 제공해 주었다. 우리는 전통사회의 마지막 세대였다. 골리앗의 창 자루 같은 베틀 체와 베틀을 보며 할머니와 어머니가 물레질로 실을 만들고 그 실에 풀을 먹여 베틀에 걸고 베틀을 덜컥거리며 커다란 북을 양손으로 주고받으며 천을 짜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

나는 폭이 1m 도 안되는 천을 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마지막 세대이다. 그러나 그 천으로 옷을 재단해 한복을 바느질 하는 모습은 본 기억이 희미하다. 나무 베틀로 천을 짜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 이전 세대들은 기술자들이고 자급자족의 귀재들 이었다. 베틀에서 베틀 짜는 한국 근대 여인네들의 모습은 은하수에서 천을 짜는 직녀와 다름없는 모습 이었다. 오늘날 아무리 이야기 책 이나 신화가 각색되어 쏟아져도 직녀의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골리앗의 창 자루를 아무리 근사하게 설명해도 젊은 세대들은 이해가 아니 된다. 어머니가 애정을 쏟은 베틀이 눈에 선하다.

어떤 민속관에도 마을 아낙네들이 베틀에 앉아 베 짜는 모습을 시연해주는 곳이 없어 많이 아쉽다. 50년대 까지 시골에서는 어머니들이 베틀에 앉아 천을 짜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과였다. 그러나 지금세대는 어머니들이 밥 짓고 애기 키우는 일이 전부였고 그 고생이 너무 커서 어머니날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 근대 전통 사를 모르니 어머니들의 기술자적 세련미와 천사 같은 직녀의 우아함을 추억할 수가 없다. 그때의 베틀은 우리의 눈에 골리앗크레인처럼 우람하게 커보였다. 60년대에 접어들자 광목이 물밀듯 쏟아지니 베틀은 하루아침에 땔감으로 전락해버리는 신세가 됐다.

우리는 가장 크고 우수하고 고도의 기술 집합체인 베틀과 5000 년의 전통이 담긴 직녀의 후계자들이 갖추어야 할 정서와 보금자리를 고스란히 잃어 버렸다. 지금이라도 각 지역 향토문화 관계자들의 민속 박물 제 1호와 같은 베틀 복원이 시급하다. 성경과 신화는 살아 있으나 실물과 아름다운 선녀의 자화상 같은 한 민족 어머니들을 한껏 받들어 줄 실물들을 몽땅 내버린 현금의 세대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아름다운 한옥을 짓고 방 한 칸에 어머니 천사가 베틀에 앉아 천을 짜는 아름다운 모습을 재현하는 공간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어머니를 사랑하신 다면 베틀에 앉은 어머니는 얼마나 더 우아하고 경이로우며 존경스러운 모습이겠는가를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머니들이 애정을 쏟으며 5000년을 함께 살아왔던 베틀이 유난히 보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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