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플러스 논설 고문, 미국 시카고 세계합기도회장
실수의 심층분석 -제7화-

코리아플러스 논설 고문, 미국 시카고 세계합기도회장

【장계도의 세상만사】 여대생 니콜이 합기도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나 3주가 넘었는데도 1년에 한 번씩 내는 회비가 미납이어서 니콜을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회비가 3주째 미납인데 회비 납부일을 잊었나 해서...”“미납인 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주말 콜로라도로 10일간 스키여행을 가는데 10일 후 돌아와서 낼게요.”“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스키를 타다가 다리가 부러지면 합기도를 못하잖아요.”“좋아. 그런데 왜 부정적인 상상을 하는 거지? 지난주 토요강좌에서 ‘reverse effect(역효과 법칙)’에 대해 얘기했는데 즉 부정적 상상과 다투면 부정적 상상이 의지를 이긴다는 에밀 꾸에(Emil Cue)의 역효과 말야.”10일 후에 니콜이 부러진 오른쪽 다리에 캐스트(cast)를 하고 목발에 의지한 채 내 사무실로 들어섰다.“왠일 이야!” 내가 놀라 물었다.“스키 타다가 다리를 부러트렸어요. 의사가 6개월간 쉬랬어요.” 그러면서 니콜은 되려 당당한 기세였다. 제때에 회비 납부를 이행치 못한 자책에 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구실이 부러진 다리였고 합기도 수련을 그만두고 싶었던 무의식적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20대의 케리는 합기도 회비를 10일쯤 늦게 냈다. 그런데 1,500불이라고 써야 할 수표가 1,050불로 쓰여있었다. 수표를 돌려주며 실수를 지적해주었더니 일주일쯤 후에 1,500불이라고 제대로 적힌 수표를 내밀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수표가 부도가 났다. 아무래도 케리의 심경이 온전치 못하다고 느낀 나는 케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10일 후에 케리는 다리가 부러져 캐스트에 목발을 짚고 나타났다. “관장님. 자전거를 타다가 동네 커브길에서 세 살배기가 탄 세발자전거에 부딪쳐 자전거에서 떨어져 재수없게 다리가 부러졌어요. ”그 재수는 사실, 부도 수표를 남발한 그때부터 아니 어쩌면 회비를 제때에 못 내고 액수가 틀린 수표를 내밀던 그때부터 예정된 재수였다고 나는 직감했다.“안됐구만, 그런데 아이는?”“멀쩡해요.” 그 후로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케리를 볼 수 없었다.

체육 시간만 돌아오면 골치나 배가 아프다고 엄살을 부려 그 시간을 면제받은 아이들은 다음 또 다음번에도 그 구실이 진짜로 몸을 아프게 하는 것은 심리적 문제다. 숙제를 미리 착실히 해둔 아이는 다음날 학교 가는 것이 기다려지고 재미있어한다. 그러나 숙제를 하지않은 아이는 그 반대로 등교를 꺼리거나 지각을 자주 하기도 한다. 내 새벽 기 운동에 50대 중반의 사업가가 있었다. 물류를 배송하는 조그만 트럭회사 사장인데 10년간 세금 보고를 안 했다면서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위암으로 고생하다가 60회 생일을 3일 남기고 사망했다. 물론 그의 죽음과 세금 건은 무관한 단순한 사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강조하고픈 것은 숙제를 제때에 끝낸 아이는 학교 가는 내일을 즐겁게 기다리듯 할 일은 제때에 하고 의무 이행에 철저한 사람은 그만큼 실수나 사고가 적다는 말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 핑계나 구실을 찾지 말고 할 일은 제때에 무슨 일이나 철저하고 최선을 다하는 생활 습관을 기르자. 생각대로 말하고 말이 행동을 낳고 그 행동의 습관이 내 성품이고 그 성품이 내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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