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플러스 논설 고문, 미국 시카고 세계합기도회장
실수의 심층분석 제9화

코리아플러스 논설 고문, 미국 시카고 세계합기도회장

【장계도의 세상만사】 퍽도 말썽 많던 내 도장의 20대 초반의 로리라는 여학생이 자신의 결혼식 청첩장을 들고 나를 찾아왔다.

“결혼식에 관장님이 꼭 참석해 주세요.” “그래, 알았어. 한 달 남았군.” 그런데 정작 로리의 결혼식 날 나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모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강의 요청을 받고 로리의 결혼식과 같은 날인 걸 재확인 않고 대학 측과 약속을 하게 된 것인데 강의 중 생각이 난 것이다. 빠듯하지만 일정을 변경해 오후 비행기로 서둘면 결혼식 참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강의 후 담당 교수의 점심식사 제의에 응한 것이다. 나는 예정대로 다음 날 돌아와서 며칠 후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로리에게 전화로 결혼식 불참은 피치 못할 사정이었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로리는 괜찮다면서,“2주 후에 있을 피로연에는 사모님 모시고 꼭 오세요. 특석으로 모실게요.” “그럼! 꼭 가지.” 그런데 나는 약속한 그 날 그 시간에 아내와 시카고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 ‘에비타’를 감상하고 있었다. 로리에게 저지른 두 번째 실수였다. 고급 호텔의 피로연에 1인당 식사가 100불씩이었다는 한 유단자의 말을 전해 듣기 전까지는 로리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이런 실수는 로리가 술, 담배에 마약까지 하면서 그간 도장의 남학생들과 무질서한 데이트 탓에 도장 강제퇴거를 가까스로 면한 처지였는데 그런 로리를 내가 싫어했던 탓이었음을 스스로 분석했다.

칼.융(Carl Jung)의 실수 사례 중 이런 것이 있다.

‘X라는 남자가 Y라는 여자와 한 참 사귀고 있는데 X도 잘 아는 Z라는 남자가 Y와 데이트를 시작하고 부터는 Z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Y라는 그 여자가 X에게 돌아오자 금방 그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기억 속에 되살아난 것이다. 싫은 사람과의 약속이나 사건을 자주 잊는 일은 흔한 일이고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아이들은 새 장난감을 선물 받고는 헌 장난감을 부주의로 부수거나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한 친구는 이민 초기 10년도 훨씬 넘은 헌차를 몰고 다녔는데 자주 차 열쇠를 잃어버리고 외출할 때면 차 열쇠를 찾느라 약속 시간에 지각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아주 침착하고 성실한 대학교수였는데 그의 아내나 친구들은 그게 다 학자들의 흔한 실수라고 골려댔다. 그런데 이 친구가 새차를 장만하고는 전혀 차 열쇠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었다. 이것은 헌것에 대한 무관심과 지루함 또 새것에 대한 애착이 그의 심층을 메우고 있는 탓이었다.

프로이드의 실착행위에 관한 강의 노트에 이런 예가 있다. 한 아마츄어 시나리오 작가가 있었는데 그는 늘 자기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소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같은 시(市) 도서관 2층에서 매주 금요문예인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모임엔 배우나 연극 영화감독들이 모인다는 소식에 그 아마츄어 작가는 당장 그 모임에 가입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열심히 참석했다. 그런 후, 다행이도 한 연극 감독이 그 사람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 후 이 아마츄어 작가는 여러 주 동안 금요문예인 모임을 결석했는데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그 모임이었음을 감사하는 마음에서 다시 그 모임에 열심히 참석하리라 마음먹고 다음 주 그 금요문예인 모임을 찾아갔다. 그런데 아무도 없이 비서 혼자만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아니, 금요문예인회는 없어졌나요?” 그가 놀라는 기색으로 물었다. 그러자 그 여비서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아니요! 오늘은 토요일이 잔 아 요!” 초심(初心)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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