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축소 및 내용 또한 자율적으로 구성...‘셀프평가’가능한 현행 제도
양 의원 “교육지원청·유아교육진흥원 간 소통 부재가 기름 부어

양민규 의원,  아동학대 유치원도 모두 ‘우수’  유치원 평가 실효성 부족해

【서울=코리아플러스】 오공임 기자 =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양민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영등포4)은 4일 제303회 정례회 교육위 행정사무감사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한 유치원까지 모두 ‘우수’를 받은 현행 유치원 평가 제도를 조속히 개선하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양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아동학대 발생 유치원 교육 평가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유치원 105곳에 대한 평가 결과가 모두 ‘우수’가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에는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아동학대 건으로 송치된 유치원 2곳까지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유치원 평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교육청은 ‘2019 누리과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유치원 현장평가를 생략하고 원내 자체·서면평가만 진행해 왔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존의 48개 평가항목이 41개 항목으로 축소됐으며, 더 나아가 41개 항목 중 31개 항목은 유치원 자율적으로 구성하도록 설정하여 ‘셀프평가’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듯 원내 자율적 평가가 가능하다 보니 평가 결과가 모두 우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양 의원은 교육청으로부터 ‘아동학대 발생 유치원에 대한 교육 평가 결과보고서’를 받아 전수 검토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교사가 3살 아이를 넘어뜨려 송치된 유치원이 그 해 평가 ‘건강 안전분야’에서 ‘우수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영역별 종합의견에는 ‘유치원 전체에 CCTV를 설치해 안전하게 유아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도 기재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학대 발생 유치원 평가 결과 보고서 일부 (교육청 제공)

심지어 해당 유치원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8일 뒤 현장평가단이 유치원을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단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유치원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해당 사건이 ‘교육지원청’에만 신고될 뿐 정작 평가기관인 ‘유아교육진흥원’에는 통보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두 기관 간 소통의 부재가 명백하다는 방증이다.

평가 항목에서도 아동학대와 관련된 항목은 ‘학대예방 교육을 받았는지’가 유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현장평가가 생략되고 문항까지 축소되면서 아동학대 발생 유치원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더욱 불가능해진 것이다.

양 의원은 “이렇듯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유치원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냐” 며 “교육지원청과 유아교육진흥원 간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는 점이 유치원 평가의 심각성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 의원은 “실효성 있는 유치원 평가를 통해 아동학대 유치원에 대한 학부모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된다”며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교육청은 조속히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고효선 정책국장은 “객관적인 유치원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부와 함께 노력하겠다”며 “이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인지하고 반드시 개선점 만들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5일에도 교육청 교육정책국 및 유아교육진흥원 등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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