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플러스 논설 고문, 미국 시카고 세계합기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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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계도의 세상만사】 “미련한 지식인”

지식이 많은 한 철학자와 또 다른 보통사람이 같은 감방에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지붕을 뚫고 탈옥하기로 모의했다. 어느 칠흑 같은 그믐날 밤 이들은 지붕을 뚫고 도망하다 보통사람이 그만 발이 미끄러졌다. “누구얏!” 감옥 순찰병이 지붕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그 보통사람은 금방 고양이 소리를 냈다. “야옹~!” 그러자 순찰병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돌아섰다. 그런데 조금 후 이번엔 철학자가 실수로 발자국 소리를 냈다.“누구얏!” 순찰병이 다시 지붕을 향해 외쳤다. 당황한 철학자는 엉겁결에 이렇게 대답했다. “또 다른 한 마리의 고양이오! (I am just another cat.)” 참으로 우습고 우직스런 대답에 철학자는 다시 체포되고 말았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가 바로 이렇다. ‘추운 날 밖에 나가면 감기 걸린다.’ 이것은 지식이다. 그럼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따뜻한 실내에 있든가 또는 옷을 충분히 껴입고 머플러를 두르고 나가든가 또 다른 방법으로 그때의 상황에 대처할만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지혜다.

‘지식’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정적(靜的)인 것이기에 행동력이 없어 기존 상황 변화에 아무런 영향력을 주지 못한다. 이에 반해 지혜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실천적 행동력을 제시하는 동적(動的)인 것이어서 기존 상황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고로 지식이란 과거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서 이미 정립된 사실을 인식한다는 면에서 과거 지향적이다. 그러나 지혜는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유한성을 지닌 지식과는 달리 상황대처의 방법도 끝이 없는 무한성을 지니고 있다. 가령, 여기 사과가 하나 있다고 하자. 먹는 과일이라고 알고 있는 사과는 과거에 그렇게 배운 것이다. 그러나 컵이 없을 때 물을 나누어 마시기 위해 사과를 반으로 잘라 컵을 만들어 쓸 수 있고 또 식음을 거부하는 환자에게 사과 쥬스를 만들어 먹이면 영양식이 될 수도 있다. 또는 갑자기 괴한이 나타나 나를 해치려들 때 그 사과를 괴한의 얼굴에 던지면 호신용으로도 쓸 수 있는 무기로 둔갑한다.

이처럼 지혜는 용처에 따라 행동력을 갖고 창조적인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다양성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12세기 페루시아 수니 무슬림(Sunni Muslim) 성자(聖者)요 신학자인 알리 후즈위리(Ali Hujwiri)는 이 세상을 세종류의 문화권으로 분류했다. 첫째 : 잡다한 세상의 정보수집에 열중하는 ‘세속적 문화권’ 둘째 : 계명이나 율법에 의존하고 따르는 ‘종교 문화권’ 셋째 : 자기 성장과 깨우침(自覺)에 열중하는 ‘엘리트(elite) 문화권’ 그렇다. 후즈위리의 말처럼 세 번째 엘리트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때 묻은 지식인 즉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이 되기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지혜다. 성서 잠언 1장 7절에 이런 말이 있다.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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