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로 북극항로 개발 더욱 박차

올 8월 ‘2035년까지 북극항로 개발 계획’ 승인하며 세부 과제 마련

【한국=코리아플러스글로벌】 이상옥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욱 커진 북극항로의 가치

최근 40여년간 북극해 빙하의 약 30%를 녹인 지구온난화와 2021년 초 수에즈 운하를 6일간 마비시킨 에버기븐호 사건에 이어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가 북극항로 개발에 더욱 매진하게 된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서방 국가를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들이 러시아 선박의 입항을 금지했으며 수출 통제, 러시아산 원자재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러시아로선 대체 수출‧수입 시장 발굴 및 대체 물류 루트 구축이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해소하려 하고 있으며 동쪽 방향으로의 석유, 가스 등 자원 수출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다량의 컨테이너 화물의 정기적 운송을 꾀하고 있다.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도 올해 3월 대러 제재 상황에서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북극항로 개발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북극항로는 러시아 영해와 배타적 경제 수역을 통과하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항로임을 밝힌 바 있다. 이제 북극항로는 경제적 이익의 수준을 넘어 러시아에겐 서방을 견제하고 국가의 군사적, 사회적, 경제적 안보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역이자 길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러시아의 북극항로에 대한 가치 재평가는 최근 발표된 해양 독트린과 북극항로 개발 계획에 구체적으로 잘 드러나 있다.

새로운 해양 독트린 발표

지난 7월 31일,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해양 독트린을 승인하는 No.512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직전 독트린은 2015년 6월에 승인되었는데 약 7년 만에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올 5월, 당시 부총리였던 유리 보리소프가 전면적인 서방의 공세 전개로 인해 해양 독트린의 개정이 있을 것임을 밝힌 바와 같이 새로운 해양 독트린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의 새로운 국제 질서 하 러시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원칙, 전략을 반영하고 있다. 독트린에서는 국가 이익을 보장하는 해양 지역을 가장 중요, 중요, 기타 3단계로 구분했는데 ‘가장 중요’ 지역은 국가의 발전, 주권 보호, 영토 보전, 국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국가의 사회 경제적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역으로 북극항로 수역을 포함한 북극지역 등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북극지역 및 북극항로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며 이와 관련된 △조선, △해상운송, △지질탐사 △LNG 생산능력 확대, △디지털 시스템 개발, △위성 확대 등이 주요 방향으로 언급되었다.

                                      자료: Vedomosti, RGRU

각 분야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조선 분야에서는 북극 개발용, 해군용 대형 선박 건조를 위한 극동러 첨단 조선단지 개발과 이를 위한 기술적 자립 및 국산화 확대가, 해상 운송에서는 북극항로를 국가 교통‧통신의 주요 루트로 개발하기 위한 여건 조성 및 경쟁력 확보가 주요 과제로 꼽혔으며 지질탐사 및 생산능력 확대 분야에서는 북극지역 대륙붕에서 지질 탐사 및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행정적 장벽 제거 와 수출기업 지원, 극동지역 LNG 생산 공장 건설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북극항로의 열약한 기후 환경, 낮은 접근성에 따른 디지털‧IT 분야 계획도 다수 포함되었는데 러시아와 외국 선박의 위치 확인․수색․구조를 위한 부처 통합 국가 시스템 구축, 바다 표면과 수중 등 해양 정보 국가 시스템 구축, 북극 수중 광섬유 통신 라인 건설, 러시아 독립 항법 시스템 개발, 극지방 해상․기상 정보를 위한 위성 배치 등이 명시되었다.

2035년까지 북극항로 개발 계획 승인

7월 31일 푸틴 대통령의 해양 독트린 서명에 이어 8월에는 미슈스틴 총리가 ‘2035년까지 북극항로 개발 계획’ No.2115-p에 서명하며 러시아의 북극 항로와 관련하여 추진 목표와 과제들을 명시했다. 해양 독트린이 군사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해양 관련 정책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면 북극항로 개발 계획은 보다 직접적으로 항로와 연관된 화물 운송, 인프라, 선박, 항행 안전 관련 구체적인 과제를 담고 있으며 기한, 예산 등을 명시하여 과제의 단계적인 구체적 이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2035년까지 북극항로 개발 계획’은 2020년 3월 5일 대통령령 No.164 ‘2035년까지 러시아 국가 북극정책 기본 원칙’, 2020년 10월 26일 대통령령 No. 645 ‘2035년까지 러시아연방 북극지역 개발 및 국가 안보 전략’(2021.11.12일 대통령령 No.651로 개정), 2019년 12월 21일 ‘2035년 북극항로 인프라 개발 계획’ 정부령 No.3120-p 등과 함께 앞으로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러시아의 북극항로 관련 사업 추진의 기반이 될 전망이며 이를 통해 러시아가 그리는 2035년의 북극항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2035년까지 북극항로 개발 계획’은 △화물 기반, △교통 인프라, △화물선 및 쇄빙선, △항해 안전, △항해 관리 및 발전 등 총 5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화물 기반 분야는 수출 화물기지 개발, 러시아 북서부 항에서 극동까지 북극항로를 따라 연간 왕복 2회 이상 카보타지 정기 항해, 북극항로 국제 및 카보타지 운송을 위한 러시아 컨테이너 운송사 설립 등 환적 운송 개발, 북극 투자 프로젝트 시행을 위한 수입 대체 필요 주요 품목 목록 작성 등이 대표적인 과제로 포함됐다. 둘째, 교통 인프라 분야는 크게 항공 및 지상 교통 인프라 개발, 철도 시설 개발, 하천 교통(내륙수운) 개발, 북극항로 및 인접 하천 준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셋째, 화물선 및 쇄빙선단 분야는 LNG, 석탄, 석유 화물선 건조, 쇄빙선 건조, 북극 선박 건조 및 수리 능력 강화와 관련된 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넷째 북극항로 항해 안전은 북극 전용 인공위성 배치, 해상 정보 시스템 개발, 재난구조선 등 재난 대비 인프라 개발, 항행 의료 시스템 구축, 환경 보전 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북극항로 항해 관리 및 발전에는 선박 트래픽 분석 및 예측, 북극항로 내 정보․디지털 서비스 보장, 북극항로 항해 발전을 위한 국제 협력 과제로 이루어져 있다.

계획의 전반적인 실행 조정은 북극 발전 국가 위원회가 맡게 되며 극동북극개발부와 러시아 연방정부 산하 조정 센터는 계획 진행 상황의 정기적 모니터링을 담당하게 된다. 각 과제 실행 담당으로는 극동북극개발부, 교통부, 경제개발부, 에너지부, 해양하천운송청, 철도청, 산업통상부, 환경부 등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로사톰, 노르니켈, 노바텍, 가스프롬 등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다.

시사점

지난 8월 발표된 ‘2035년까지 북극항로 개발 계획’을 통해 13년 후 러시아가 그리는 북극 항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화물선과 쇄빙선단을 구축하고 컨테이너 운송사를 설립해 항해, 수송 역량을 강화하며 각종 자원 기반 개발과 터미널 구축을 통해 물동량을 확대하고 제품 수출 역량을 강화해 연 2억 2천만 톤 이상의 물동량을 달성할 계획이다. 또 철도 확충, 하천 준설을 통해 내륙 운송과 북극 항로와의 연계성을 높이고 위성 발사, 디지털 통합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한 환경, 항행 모니터링과 북극항로의 안전을 제고할 예정이다.

러시아가 최근 북극항로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서방의 제재 때문이다. 러시아는 북극항로 프로젝트에서 기술적 자립과 수입 대체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선 해외 기술과 자본의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제 러시아는 북극항로 개발 협력을 위해 우호 국가인 중국 등 아시아와 터키와 같은 새로운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3년 북극이사회 옵저버에 가입하고 2021년 극지 활동 진흥법을 시행하며 북극 활동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다양한 해외 국가들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료원: Tass, tvspb, ria 뉴스, 동방경제포럼 홈페이지(forumvostok.ru), 러시아 정부 포털(government.ru), KOTRA 블라디보스톡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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