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코리아플러스】 강경화 기자 = 작년 10월 부산항 인근에서 북한 국적 선박'의 GPS 신호가 잡혔던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지만, 정부 당국은 지난 1년간 해당 사안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직후부터 한국을 출항한 국내 선박이 북한 선박으로 탈바꿈해 재등장하거나 국적 세탁 후 유엔 대북제재 위반으로 추적을 당하는 선박만 10척이나 되어 뻥 뚫린 항만보안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충남 예산·홍성)이 11일 해양수산부, 항만공사, 해양경찰청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0월 25일 부산항 인근에서 북한 국적 선박 '월봉산호'의 GPS 신호가 3시간 동안 9차례나 잡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월봉산호는 지난 2016년 이집크가 북한 로켓추진수류탄을 압류했던 사건에 연루된 선박으로 2020년 9월1일에는 남포항으로 석유를 실어 나르다 국제사회에 적발된 적이 있다. 이후 2021년 10월 25일 부산항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신호를 전송한 뒤 현재까지도 입출항 기록조차 확인이 불가한 상황이다.

대북제재에 관련한 철저한 관리와 조사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해양수산부, 항만공사, 해양경찰청은 port-mis 시스템 상 입출항 기록이 없어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홍문표 의원실의 공식 자료 요구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11일 확인 결과 GPS의 송신오류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외교부 역시 선박의 입출항 및 위치 관리는 해수부와 산하 항만이 담당하고 있기에 해당 사안에 대해 전달받은 적이 없어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월봉산 호’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부터 북한 선박이 국내에 입항했거나, 대한민국 소유의 선박이 제3국으로 국적 세탁 후 국내를 출항하여 북한 소유로 재등장한 선박만 10척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척의 선박 중에서 국내 소유 · 운영 선박이 국내 항만을 떠나 북한 소유의 선박으로 바뀐 사례는 6건, 북한 소유로 의심되는 선박이 국내 항만을 떠난 직후 북한 소유로 확인된 사례는 3건, 심지어 북한 선박이 국내에 들어오고도 기록조차 남지 않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홍문표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10척의 선박명은 ▲월봉산호 ▲신평 5호 ▲광천 2호 ▲뉴콘크호 ▲철봉산 1호 ▲안하이 6호 ▲안니호 ▲리홍호 ▲수령산호 ▲서니시더호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 소유였던 ‘뉴콘크호’는 차항지를 북한으로 적고도 별도의 제지나 수사조차 없이 부산항을 출항했는데, 실제로 6개월 만에 북한 유류를 환적하다가 국제사회에 적발되었다.

국내 선주의 대북제재 위반이 의심되는 ‘신평 5호’, ‘광천 2호’를 포함해, ‘뉴콘크호’, ‘철봉산 1호’,‘ 서니시더호’ 모두 부산항에 입항하여 아무런 제재 없이 한국 국적에서 시에라리온 또는 팔라우로 국적을 세탁하였고 곧바로 남중국해 근처 또는 북한 인근 공해로 빠져나갔다.

이후 해당 선박들은 짧게는 9일, 길어도 모두 1년 안에 북한 남포항 일대에서 발견되거나 북한으로 반입되는 유류 또는 화물을 환적하다가 적발됐다.

또한, 이미 편의치적국 국적의 ‘안하이 6호’, ‘안니호’, ‘리홍호’, ‘수령산호’ 모두 부산항을 거쳐 북한 인근 중국 또는 남중국해 해역으로 빠져나간 이후 3달도 채 되지 않아 북한 선박으로 탈바꿈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후 해당 대북제재 위반 또는 위반 의심 선박으로 UN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북한 선박의 국적 세탁은 대북제재 위반 선박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만 걱정한 채 눈 감아 준 문재인 정부의 기조가 만들어준 결과물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2017년 12월 유엔 안보리가 가결한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의 7항은 “모든 회원국이 자국의 선박, 항공기 등 모든 운송수단의 북한에 대한 직간접적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북한에 간접적으로라도 운송수단을 제공하는 행위는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한국 국적이었던 선박들을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단 사실은 “선박을 비롯한 물자를 직간접적으로 북한에 유입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 해석에 따라 위반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엔 대북제재 위반 또는 북한 소유 의심 선박들의 입출항 신고에 대한 철저한 검문과 출항 전 어김없이 반복되는 국적 세탁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졌어야만 했다.

실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한 독재정권을 지탱하는 주요 축은 ‘북한 유조선’이라며 북한이 2019년 인수한 3척 중에 2척이 대한민국 소유 선박이었던 ‘신평 5호’와 ‘광천 2호’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 선박들이 제3국을 통한 국적 세탁 후 북한으로 넘어가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된다는 사실이 공론화되자 당시 문재인 정부는 유엔 안보리 보고서 내용의 사실관계에 따라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선사들에 대한 조사는 해당 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 이미 무혐의로 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마치 뒤늦게 해당 사실을 파악한 것처럼 대응한 것이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국내 항만을 선박 국적의 세탁 루트로 이용하기 전인, 2018년 7월 싱가포르 특별 연설에서 문 전 대통령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자신에 찬 걸음을 시작하겠다"던 외침은 정작 북한 선박의 국적 세탁을 위한 항구 제공에 불과했던 셈이다.

홍문표 의원은 “대북제재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운송수단 단속 조처에도 정작 ‘국적 세탁소’로 전락한 국가 최고보안시설인 항만을 통해 국내 선박이 북한 소유로 넘어가고 있었다”며 “관계 부처들이 본인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 해당 사항이 없다는 태도로 방만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0년에도 국내 항만을 통해 북한의 물품이 밀반입된 상황을 지적했지만 개선은커녕 오히려 항만 전체가 대북 세탁소로 전락해버린 상황이다”며,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린 심각한 상황의 우연이 반복되면 그것은 필연적일 것”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홍 의원은 “대북제재 밀반입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북한의 국제적 의무 준수를 위한 대북제재에 국가최고보안시설인 항만과 해수부, 해경도 책임있는 자세로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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