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돈여자고등학교, 학교 신문 제 1면

【대전=코리아플러스】 채시연 기자 = 호수돈여자고등학교청소년기자단은 윤석규 교장을 인터뷰하고 평소 긍금해 하던 학교운영에 대한 질의를 통해 윤석규 교장의 교육철학을 일문일답으로 들었다.

대담 : 호수도여자고등학교청소년기자단

정리 : 채시연 코리아플러스 학교신문 편집국장

-(1학년 임채린) 뵙게 되어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어떤 학창 시절을 보내셨는지와 어떠한 꿈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였는지를 말씀해주세요.

"저는 기독교 집안에서 4남1녀 장남으로 태어나 대접받으며, 곱게 성장한 내성적인 조용한 학생이었죠. 어릴 적 저는 꿈을 막연히 생각해 계속 변했답니다. 군인을 꿈꾸기도, 혹은 대통령을 꿈꾸기도 했으며 목사의 꿈을 꾸기도 했어요. 그런데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굳혀지기 시작했고,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교회에서 어린이 주일학교, 중고등부 교사를 하며 자연스레 가르치는 훈련에 임하며 제가 누군가에게 전해 주는 삶이 적성에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지며, 지금까지 호수돈에서 함께하고 있네요."

- (1학년 김연주) 호수돈여자고등학교가 오랜 역사 동안 명문 고등학교로 유지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세요.

"12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호수돈은 1899년 12월19일 미국 남감리회 ‘Holston’ 연회 소속의 여선교사인 ‘Miss Carroll’ 님이 개성에서 매일학교로 호수돈학교를 시작하였고, 나라가 주권을 잃었던 일제 치하에서는 3.1운동의 주역으로, 나라의 기틀을 다져가던 시기에는 나라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주신 자랑스러운 호수돈의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남다른 정신적 자부심이 명문 호수돈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또한 사립학교의 특성으로 호수돈의 교직원들은 몇십 년씩 호수돈에 근무하시기 때문에 호수돈에 대한 사랑이 매우 깊고, 호수돈의 학생들을 대할 때 가족과 같은 유대감 형성에 큰 보탬이 됩니다. 호수돈 동문들의 학교 사랑도 매우 놀라울 정도로 깊은데, 학교의 행사 때마다 꼭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하고, 호수돈 교직원의 수고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응원을 볼때면, 이러한 애정과 사랑들이 호수돈의 또 다른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 (2학년 유지은) 호수돈여자고등학교는 지난 몇 년간 과학중점학교로 운영되었습니다. 이어서 올해는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과학, 정보, 경제 융합 교육을 진행했는데요. 바로 Holston Economy Science Information의 약자인 HESI 프로그램입니다. 내년에는 더 확장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는데요. 이번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의 참여와 반응 그리고 운영 결과에 대한 교장 선생님의 평가는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과학중점학교를 운영하면서 과학 수업 과목 및 단위수의 증가, R&E 활동, 각종 대회 등으로 학생과 선생님들이 바쁘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좋은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의 결정에 따라 대전에서는 과학중점학교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기에 새롭게 교과특성화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현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사회, 과학, 정보 분야에 대한 특색 있는 교육 과정과 인문 및 자연 분야를 융합한 활동을 진행하여 학생들이 미래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2022학년도는 교과특성화학교 준비 기간으로, 과학중점학교 과정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던 토요 활동을 응용하여 HESI 프로그램을 실시하였습니다. 1학기에는 여러 해 동안 토요 활동 지도 경험이 있는 과학 선생님들이 재미있는 실험(RGB, 센서, LED 등)을 진행해주셨고, 2학기에는 사회 및 정보 선생님들이 실용적인 활동과 토의를 진행하시고, 교외 체험 활동으로 국립 생태원을 방문하여 배운 내용을 융합하는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HESI팀으로 소속된 22명의 1학년 학생들의 참여율과 만족도가 매우 높았으며, 2학년으로 진급하는 2023년도에도 참여하기를 적극적으로 희망하였습니다. HESI 프로그램은 차별화된 프로젝트 활동으로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하고, 관심 분야에 대한 연구 활동의 성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더욱 성장하고 본인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 (2학년 장수진) 오랜 시간 호수돈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신 후 교장선생님이 되셨을 때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요. 교장선생님으로서 가장 우선시하시는 목표는 무엇인지, 교장선생님께서 그리시는 변화한 호수돈여자고등학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한 학교의 교장이라는 직책에 임해보니 담임이나 교과수업을 담당했을 때는 잘 몰랐던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학교를 보는 눈이나 생각이 많이 변화했습니다. 저는 우리 학교가 학생들에게 ‘학교가 좋아서 빨리 학교로 가고 싶다’, ‘학교에 오랜 시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가득 채워줄 수 있는 학교가 되면 좋겠습니다. 요즘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굳이 멀리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그것 이상이 되어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학교가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학교의 시설이 낙후되었는데, 이러한 학교 환경이 개선되고 AI 학습 기반의 1:1 디바이스를 갖춘 수업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호수돈의 교직원들과 우리 학생들의 노력으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으며, AI 학습 기반의 1:1 디바이스 수업 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Whale Book이 도입되어 교육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학교의 환경 개선과 활발한 교육용 웹앱과 ‘Whale Book’을 활용한 학생 맞춤형 학습으로 한 번 더 오고 싶은 학교, 조금 더 머물고 싶은 학교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1학년 조가은) 우리 학교의 교훈은 ‘남을 위해 살자’입니다. 학교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구인데요. 교훈을 통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으신지 말씀해주세요.

"앞에서 맨 처음에 얘기했던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여러분은 아직 젊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자꾸 지날수록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돼요. 제가 생각할 때 삶이란, 특히 행복한 삶이란 나만 생각하는 그런 삶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입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면 내가 뭔가 가진 것이 있어야 해요. 내가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어떻게 남을 도와주겠어요?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려면 지식적으로든, 예술적으로든 무언가를 많이 쌓아놔야지 다른 이를 도와줄 수 있어요. 우리 학교 교훈처럼 ‘남을 위해 살자’를 실천하려면 나 자신의 것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을 그냥 무의미하게 흘려보낸다면 너무 아까울 거예요. 큰 열매를 맺으려면 그 이상의 고통과 인내가 따르지요. 지금 이 시기는 부모님의 보호 아래 있으니까 내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죠.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인내하고 열심히 준비한다면 내 안의 것을 쌓고 또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진정한 의미의 행복한 삶은 우리 학교 교훈처럼 남을 위해 사는 삶, 도움을 실천할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여러분들이 더욱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하며 자신을 채워나가면 좋겠어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다른 이들을 도우며 자신을 채워나가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시간이 정말 기대됩니다."

- (1학년 구도희) 교장 선생님께서는 종종 학교를 돌아다니시며 학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주시곤 하시는데요. 학생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시작하게 되신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수업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감할 기회가 있는 교사들과는 달리 교장과 교감은 그럴 기회가 적습니다. 학생들과의 소통과 교감을 함께할 활동이 없다 보니까 한때는 제가 ‘진짜 교사가 아니고 회사원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구요. 학생들이 열심히 자습하는 모습을 보면 딸처럼 느껴져서 뭐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사실 사탕이나 젤리와 같은 간식은 사소한 것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고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주면서도 민망함이 있어요. 학생이 원하지도 않는데 주는 것은 아닌지, 공부의 맥을 끊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어요. 반면 어떤 친구는 너무 좋아해서 민망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상황을 보며 기회를 포착하며 나눠줬는데 코로나 상황이 되다 보니까 이게 쉽지 않더라구요. 혹시라도 코로나확산에 영향을 줄까 봐 못 나눠주다가 가끔 비닐장갑 끼고 줬는데 학생들은 좋아하지 않는데 나만 좋아서 나눠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더라구요. 학생들이 좋아한다면 그런 모든 걸 다 무릅쓰고 열심히 활동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다함께 웃음)"

- (1학년 구도아) 교장 선생님께서 이 자리를 빌려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교직 생활을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것들이 있어요. 예전에 학생들을 지도할 때, ‘예의가 없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라고 섣부르게 판단하고, 냉담하게 학생을 대했던 경우들이 떠오르는데, 그러한 일들이 후회돼요. ‘그 학생이 왜 그랬는지,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학생의 입장을 이해해보려는 마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행동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후회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많아요. 여러분들은 앞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 섣부른 판단과 신중하지 않은 태도로 저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서로 존중하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며 남을 돕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여러분들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인공지능의 시대로 갈수록 좋은 인성이 중요한 시대라고 합니다. 우리 호수돈의 학생들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훌륭한 인성을 갖춘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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