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코리아플러스】 구도아 호수돈여자고등학교 기자 = 영화 ‘아바타2 : 물의 길’은 지난 2022년 12월 14일 전세계 최초 한국에서 개봉한 이후, 개봉 1주차에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돌파하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흥행의 길을 달리고 있다. ‘아바타2 : 물의 길’은 한국에서만 1,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은 ‘아바타1(2009년)’의 후속작으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3년 간 독자적인 CG 기술을 갈고 닦아 만든 차기작이자 야심작이기도 하다. ‘아바타1’의 흥행과 당대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놀라운 3D 연출에 힘입어 이번 ‘아바타2 : 물의 길’도 전 편을 뛰어넘는 흥행 성적과 더욱 발전된 CG 기술을 선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바타2 : 물의 길’은 개봉 전부터 192분이라는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과 수천억원 상당의 막대한 제작비 투자 소식으로 투자 비용 대비 흥행 성적이 저조할 지도 모른다는 관객들의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화려하고 풍부한 CG와 볼거리의 매력에 빠져들어 긴 러닝타임이 무색할 만큼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 비평가들과 관객들의 감상을 종합해봤을 때, ‘아바타2 : 물의 길’은 상상 속의 판도라 행성을 환상적으로 스크린 속에 구현해 내는 기술력과 연출력이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경이로움이었다.

반면 스토리에 대한 언급과 칭찬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장엄하고 눈부신 CG 기술이었을 뿐, 새롭게 변주된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바타2 : 물의 길’은 ‘아바타1’의 속편답게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행성에서의 배경 역시 숲에서 바다로 전환되는 등 시리즈물의 일반적인 세계관 확장의 절차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제이크의 관점에서 볼 때 속편의 스토리 구조는 그가 자신의 가족과 함께 타지 생활에 적응하며 행성의 자원을 탐하는 인간들과 한 차례 맞서 싸우고 후에 타지의 부족들에게 구성원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아바타1’과 거의 동일한 스토리 구성을 취하고 있다. 스토리 자체만을 놓고 보면 1편과 별반 다르지 않은 구성임에도 스토리를 다루는 방식에서 한층 더 견고해진 CG 기술이 영화에 생기와 신선함을 불어 넣어 스토리와 평면성을 상쇄한다.

‘아바타2 : 물의 길’은 ‘아바타1’에 비해 등장인물의 수가 많아지고 그들의 연령과 성격 역시 훨씬 다양해졌다. 영화감독은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고 그들의 고유한 스토리를 묘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등장인물의 수가 전 편에 비해 늘어난 것은 여러 인물들의 다채로운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정된 러닝타임 내에 다양한 인물들을 묘사해야 하기에 한 인물에게 할애되는 시간에 적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등장인물이 많은 영화일수록 인물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고 복합적이기보다 단순해지고 인물의 입체성은 사그라들기 쉽다.

가장 평면적으로 묘사되는 인물은 바로 주인공인 제이크 설리다. 제이크는 ‘아바타1’에서 압도적인 분량을 차지하는 만큼 판도라 행성에 온 이후의 심경 변화와 갈등이 잘 형상화됐다. 그러나 이번 속편은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바람에 영화 내에서 각각의 캐릭터들이 차지하는 분량과 비중은 비교적 균등해졌다. 제이크가 다른 주인공들에게 분량을 내어주며 입체적 면모는 보기 어려워졌다. ‘아바타2 : 물의 길’은 ‘가족이 우리의 요새야.’라는 제이크의 대사에 나타나듯이 영화 내내 ‘가족 간의 화합과 결속‘이라는 주제의식을 향해 달려간다. 가족의 단합과 평화를 유지하는 것에만 너무 공을 들이다보니 제이크는 오히려 가족을 통제하고 억압한다. 자녀들을 섣불리 속단하고 통제하는 장면의 제이크는 ’아바타1‘과 달리 완고하고 획일적인 사람으로 묘사된다.

또한 필연적인 분량의 제약으로 성격과 가치관의 이동이나 변화가 쉽지 않은 인물들도 있다. 제이크의 자녀인 로아크와 키리의 경우가 그렇다. 아버지의 지속적인 통제 아래서 사춘기의 절정을 맞이하는 로아크와 정체성의 방황과 혼란을 겪는 키리. 그들의 심경의 변화와 혼란은 영화에서 어느 정도 묘사되긴 하지만, 그들의 내적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는 모습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의 고유한 성격이나 특징이 지나치게 납작하거나 평면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아니나, 부분적으로 생략된 묘사가 많다.

내적 갈등을 겪는 또 다른 인물은 인간 소년 스파이더와 아바타 형상의 쿼리치 대령이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부자지간에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 교류와 내적 갈등도 영화의 주된 소재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위치가 애매하다. 1편은 제이크의 비중이 영화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관객이 제이크의 판도라 행성 적응기에 완전히 몰입해 그의 심경의 변화를 생생히 체감할 수 있는 반면, 2편은 인물의 평면성과 그들에 대한 압축적 묘사로 인해 관객들은 캐릭터들의 설정과 매력을 어느 정도만 파악할 뿐 캐릭터에 대한 완전한 몰입은 어렵다.

‘아바타2 : 물의 길’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영화가 여러 사건들을 마주하며 변화하는 인물들의 성격과 가치관을 더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압도적인 CG 기술의 다채로움 가운데 인물과 스토리의 평면성도 나란히 영화를 끌고 간다. 장엄한 자연환경과 황홀한 해양 생물의 끝없는 매력이 펼쳐지는 판도라 행성에 깊숙이 빠져들어 관객들이 N차 관람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분명 ‘아바타2 : 물의 길’이 관객에게 전하는 다채로움의 힘이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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