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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석일 칼럼 】 봄을 이기는 겨울 없고 세월을 이기는 풍습 없다. 시대를 거슬러서 살수 없는 게 인간이다. 복잡한 세상을 인터넷 터치 하나로 세상에 모든 것이 다 바뀌고 있다. 조상을 섬기는 시제부터 차례, 추도식 (제사)까지 점차 간편화 되어가고 있고 차례를 영상으로 지내는 가족들도 있다. 차례(茶禮)는 한문에서도 보듯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에서 유래된 말로 추석에는 햅쌀로 설날에는 떡국으로 진설하며 조상의 은혜에 대한 보답의 의미에서 지내는 제례 문화다.

​기제사 문화는 기복 신앙이 들어가 제례문화인데 고려 말부터 중국의 주자학이 전래되면서 시작되어 초기에는 조정 중신과 일부 양반들 사이에만 행해지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민간에게 퍼지게 되었다. 시제는 매년 음력 10월에 시조 공을 시작으로 5대조 이상 조상께 전국에 살고 있는 후손들이 모여 조상님께 제를 올리는 것을 말하는데 예서(禮書)에 의하면 제왕은 하늘에 제사 지내고 제후는 산천에 제사 지내며 사대부는 조상에 제사 지낸다고 했다. 자식들이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것이 효의 지속이며 자기 존재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

​제사란 부모에서부터 고조까지 4대에 걸쳐 돌아가신 전날 자손들이 모여 망자의 생애를 기념하기 위해 제를 올리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 2대까지만 지내다 요즘은 조상 모두 한날로 묶어 지내는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천주교도 처음에는 제사를 우상숭배라 하여 금지했으나 종교 의식이 아닌 시민의식이라는 교황청의 승낙에 의해 제사를 허락했다고 했다.

차례는 정성이 들어간 햅쌀과 다과를 조상님의 제사상에 올리는 것을 말하는데 요즘은 차례상에 올린 진설물이 반 이상이 외국 농산물과 건어물이라 자식들이 준비한 음식을 올려야 된다는 전통 유교방식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교문화를 존중하며 향교에 몸을 담고 있는 A 씨(80세)는 조상님께 민속 고유의 제례문화를 이어간다는 것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외국 농산물로 차례를 지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세상의 흐름이라고 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께 효도한다며 머리도 깍지 않고 3년 동안 시묘 살이(안동 거주)를 해오고 있다는 일상의 뉴스를 본 적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 위대가 돌아가시면 1년 동안 하루 세끼 상시를 올리는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초상도 3일장 또는 5일장에 마치는데 간혹 사업상 2일상으로 치르는 가정도 있다. 시대가 변하니 제례행위도 현대식에 맞게 추진되고 있다. 그렇다고 자식들이 불효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년간 제사를 지내온 A 씨 (65세)는 이제 제사도 없어질 것이라며 세상에 모든 것이 간편 모드로 변하니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 가지 수도 줄어들고 간소화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황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지금이다. 조상 은덕을 잊지 않고 현실에 맞게 진설하는 것이 조상에 대한 최고의 예법이다. 조상 없는 자손이 없고 시제 상 없는 며느리 없다는 말이 있지만 전통 제례를 오랫동안 이어가고 싶다면 현실에 맞는 제사법을 준비해야 한다. 제례 상 준비도 주문 제작 요청하면 비용도 절감되고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함께 공유하는 방식으로 하게 되어 모두가 마음 편하게 조상에게 기제를 드릴 수 있게 된다.

그것이 현실에 맞는 최선이 방법이고 종친회와 형제간에 우애를 오래도록 존속할 수 있는 비법이다. 제사의 본질은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살게 해주었다는 돌아가신 부모님 와 조상님들에 대한 은혜의 보답이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아무튼 시제나 기제 상 모두 현실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며 종친이나 형제들 간에 기제 상을 준비하면서 우의를 다지는 것은 한국의 미풍양속, 한국 전통문화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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