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사조위, 진단·현장조사서 원인 밝혀
눈가리고 아웅식 ‘단위수량’ 측정문제도 한몫
발본색원…종합대책·실행으로 국민안심돼야

【서울=코리아플러스】 장인수 기자 = LH·GS건설의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4.29)로 촉발된 건설산업의 유착관계. 이른바 ‘건설이권카르텔’이다. 사회 곳곳에 카르텔이 존재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건설카르텔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만일 입주 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면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정부의 종합대책은 없고 부분적인 미봉책을 내놓고 있으며, 이에 따른 법제도 개선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당사자인 LH도 근원적인 해결책을 내놓고 있는지 의문이다.
건설산업의 프로세스인 설계·감리·시공 등 사업시행 과정 전반의 총체적 부실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건설현장 과정 전반에 ‘갑의 위치에 있는 자 또는 조직’ 중심의 카르텔이 작동했다고 봄직하다. 이 같은 사실은 국토부 사고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와 특별점검단의 현장점검 결과 지난달 5일 밣혀졌다. 사조위(위원장 홍건호 호서대 교수)는 설계과정에서 상부 철근과 하부 철근을 연결해주는 전단보강근이 빠진 데다 시공 시 일부 구간에서 전단보강근의 설치가 누락되면서 하중을 감당할 힘이 부족해졌고, 잘 드러나지 않는 붕괴 구간 콘크리트의 품질 저하도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됐다. 사고 구간 콘크리트 강도시험 결과, 설계기준 강도(24MPa)의 85%(20.4MPa)보다 낮은 수준(16.9MPa)으로 나타났다. 홍건호 위원장(호서대 교수)은 “전단보강근이 누락돼 저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초과 하중이 부가되고, 콘크리트 강도까지 부족해 붕괴됐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전문가들도 건설업계 전반의 ‘이권 카르텔’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4일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주최로 열린 ‘K-건설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유정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설업계 종사자들이 이권 카르텔의 폐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발혔다. 원희룔 국토부 장관도 같은 날 서울 강남구 한국시설안전협회에서 주재한 '무량판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 점검회의'에서도 "LH 전관 문제는 비정상적인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의 한 축"이라며 "반드시 무너뜨려야 한다는 게 저와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
그러면 콘크리트 강도문제는 어떤가. 철근과는 달리 콘크리트는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이 어렵다. 레미콘업자들은 그간 원가절감과 공기 등의 이유로 물과 시멘트 등의 배합을 주먹구구식으로 해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토부는 ‘단위수량 측정’제도를 지난해 8월 말 발표, 시행해오고 있다. 이번 검단사태도 콘크리트 강도를 좌우하고 관리할 수 있는 단위수량 측정을 소홀히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 국토부가 졸속으로 시행중인 단위수량측정 제도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첫째, 2012년부터 시행해온 단위수량 측정 기법 3가지(고주파가열법, 에어미터법, 정전미터법)이 이미 있는데도 추가로 외산 마이크로파법을 선정한 것이다. 마이크로파법은 임의로 측정에 조작이 용이하고 측정오차가 배합이나 골재종류, 지역에 따라 오차가 크며, 측정과정의 정보가 기록으로 남지 않아 사후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콘크리트의 강도를 관리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측정기의 신뢰성 유지를 위한 국가공인기관의 교정검사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으로 물을 타고 배합을 조작하는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노력에 역행할 수 있다. 이 마이크로파법을 졸속으로 선정한 것은 한국콘트리트학회가 심의하고 국가건설기준센터에서 채택하고 국토부가 받아들여 고시, 결국 국토부와 산하 건설기준센터, 콘크리트학회 간의 카르텔이란 의혹을 받고있다. 잘못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건축물의 내구성 강화와 장수명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국산 단위수량측정기가 앞서 개발돼 상용화했는데도 마이크로파법에 기반한 외국산 측정기를 수입해 사용토록 열어주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외산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제조업체는 도태돼 사장될 위기에 처해있고 어려운 경제에 외화낭비를 초래할 뿐이다. 정부의 국산화 정책은 왜 있는가. 국토부가 국책과제로 개발해 상용화된 제품이 있는데도 말이다. 정부가 약주고 병주는 이율배반 정책아닌가. 이것도 외산을 들여오기 위한 카르텔의 손이 있다고 봄직하다. 모 대학교수가 외산을 추천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이것도 보이지않는 카르텔이라면 반드시 사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수입업자와 유착해 국가 건설기준으로 채택한 진위를 낱낱이 밝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외산을 사용해야 한다면 국산과 외산의 비교를 통해 국민이 알수있도록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국가건설에 적용되는 단위수량 측정기준에 필수요건 정립이 필요하고, 마이크로파 측정기도 요건을 만족시킨 후 선정 사용하면 될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의 측정장비 선정 필수요건에는 시험결과의 인위적 조작이 불가능해야 하고, 기록이 돼 사후관리가 가능토록 프린트를 갖추고 있어 시합배합표, 출력데이터(ROW)가 모두 인쇄되도록 하고있다. 물론 측정기의 검·교정 절차서에 의한 공인기관 성적서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 3가지 방법은 이들 요건에 모두 부합돼 사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 카르텔’과의 전쟁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공사에서 철근이 무더기로 빠진 사태의 원인으로 ‘건설산업 이권 카르텔’을 지목하고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관들이 참여하는 업체는 용역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 날 서울 한국시설안전협회에서 주재한 '무량판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 점검회의'에서도 "LH 전관 문제는 비정상적인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의 한 축"이라며 "반드시 무너뜨려야 한다는 게 저와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공개한 LH의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LH는 해안에 인접한 아파트 공사를 발주하며 내구성 강화를 위해 아파트 외벽 콘크리트 피복 두께를 최소 50㎜ 이상 확보하는 사업 계약서를 제출받고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사업 계획서와 달리 콘크리트 두께를 40㎜로 설계하고 공사를 진행, 준공했으나 문제는 LH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건설산업의 과정 전반에 카르텔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차단할 인적, 물적 촘촘한 대책과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철근누락은 물론 정작 콘크리트의 강도를 좌우할 단위수량 측정문제가 국민적 공감을 얻도록 검단사태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정부여당의 건설카르텔 발본색원 의지가 강한만큼 기대이상의 실효성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