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유흥식 라자로 주교님
【서울=IPC종합뉴스/코리아플러스】연제호 기자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요한 1, 17).

사랑하는 대전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아기 예수님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매년 맞이하는 성탄절이지만 2015년에서 2016년으로의 해넘이에 맞이하는 성탄은 다른 어느 해보다 더 많은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하게 됩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 어려운 시기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오랜 공부를 마치고 사회로 나가려는 젊은이들과 숙련된 장년 근로자들이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이익 최대화를 추구하는 경제구조 속에 노동의 기회를 잃게 될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가정과 이웃, 직장 공동체가 붕괴되고 사회윤리가 그 가치를 점점 잃어가면서 삭막하고 위험한 사회를 매일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로 눈을 돌려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에 이르러 좀 더 편하고 빠른 생활방식을 추구하며 살아온 결과가 생태계 파괴로 드러나면서 국제난민의 수와 기상재앙의 수위가 증가합니다. 또한 종교의 이름으로, 순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테러가 전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넣습니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됩니다.

반복되는 성탄절은 선물을 주고받는 기념일이나 교회의 전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인 '강생' 곧, 우리를 사랑하시어 우리와 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의 엄청난 은총과 사랑을 되돌아보는 중요한 시간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일 년의 신앙적 여정 속에, 사랑과 용서의 하느님 체험으로 넓어진 영적구유를 고해성사로 주어진 화해의 신비로 비우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려 왔습니다.

특별히 「자비의 희년」에 맞는 성탄절에 우리의 죄를 완전히 잊고 용서해 주시며 기꺼이 맞아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 가운데 또다시 주어진 일 년을 살아갈 순례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겠습니다.
암울한 현실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진정한 개혁과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진리의 은총, 회심의 은총을 받아들여야 할 때임을 말해줍니다. 강생을 통해 우리에게 허락된 이 은총은 생물학적 속성에 귀속되는 이기주의의 고리를 끊어내며, 그 자리에 이웃을 향한 이타심을 심어줍니다.

'율법의 심판' 대신 '사랑의 용서'를 심어주고, '경쟁'의 자리에 '공존'을, '지배'의 자리에 '섬김'을, '죽음'의 절망이 있는 자리에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심어줍니다. 거저 주어진 초대로 하느님의 자녀로 불림 받은 우리는 이러한 은총의 힘을 믿고 그리스도의 진리가 우리를 이끌어 하느님 나라의 현존으로 인도하시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요한 1, 17 참조)

사랑하는 대전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가장 많은 순교자를 지닌 교구의 후손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은총에 의탁하며 시노드를 시작하였습니다. 과학과 신앙, 농촌과 도시가 충돌하는 최첨단의 자리에 서있는 대전교구가 하나로 일치시키는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하느님 나라의 종말론적 실현을 보여주는 교회 모델을 찾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에 시작된 시노드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교회를 통해 활동하시는 성령의 지혜를 체험하며, 더 강한 일치와 평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다함께 기도해 갑시다.

사랑과 용서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자비의 은총에 힘입어 존재의 근원을 밝히는 종교의 진정한 의미가 우리 대전 교구에서부터 증거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시다. 오직 그리스도의 은총과 진리만이 우리를 참된 평화와 정의로 이끄심을 잊지 않고, 하느님 나라의 실현을 향한 순례의 길을 공동체적 사랑과 신뢰로 함께 걸어갑시다.

「자비의 특별 희년」은 풍성한 은총이 허락되는 기쁜 해입니다. 우리를 자녀로 부르시고 용서하시며 평화를 주신 하느님께 두려움을 버리고 담대하게 나아갑시다.

우리의 삶을 통해,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자비의 얼굴이 드러나도록 성모님과 순교선열들의 전구를 청하며,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되돌려 진정한 기쁨을 맞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다시 한번,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안에 다시 찾아오신 예수님 탄생의 기쁨이 우리 모두와 함께 하시길 빌며 여러분께 축하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5년 성탄절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저작권자 © 코리아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