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 부여군 부군수 라창호

▲ 전 부여군 부군수 라창호
[대전=코리아플러스] 이달 초에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의 관광도시 장가계에 다녀왔다. 모임자리에서나 술자리에서 하도 장가계 얘기들을 해 꼭 한번 가보리라고 맘먹고 있었는데, 비교적 싼 비용으로 몇 집이 함께 가자는 이가 있어 계약을 했던 것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한 경제보복을 하기 훨씬 전의 일이었다. 중국의 경제보복 심해짐이 못마땅해 계약을 취소하려 했지만, 여행사측에서 현지 호텔 계약 등이 끝난 상태라 계약금 전액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다녀온 것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인지 장가계로 직접 들어가는 전세기편이 없어 충칭을 경유해 들어가는 관계로 가는 날과 오는 날 이틀은 비행기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허비하고, 장가계 현지에서의 관광은 이틀 한나절에 불과했다. 충칭에서 장가계까지의 거리는 약 900km라고 했다. 관광버스 기사는 2시간 운전할 때마다 휴게소에 들리거나 저녁 먹는 시간을 이용해 20분을 쉬었다. 중국의 법에 따라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충칭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한 버스가 장가계에 도착한 때는 자정이 가까운 한밤중이었다.

이튿날 장가계 대협곡 관광은 가랑비로 인해 엉망이 되었다. 대협곡에 설치한 유리다리 밑은 구름으로 인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경관도 운해 때문에 볼 수가 없었다. 다만 협곡을 내려와 협곡사이로 흐르는 하천변 목조잔도를 걷는 1시간가량의 트레킹은 우중에서도 즐길만 했다. 또 오후의 황룡동굴 관광에서는 동굴의 크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 강원도 삼척의 환선굴에서 그 크기와 굴속을 흐르는 하천을 보고 놀랐었는데, 황룡굴은 아예 동굴 안을 배로 10여분 정도 가는 큰 호수까지 있고, 동굴의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장가계는 연중 260여 일이나 비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일정 중 단 하루도 햇살을 볼 수가 없었다. 다음날의 보봉호와 십리화랑, 천자산 케이블카 관광, 원가계 관광도 운해로 인해 비경들을 볼 수가 없었다. 다만 보봉호에서 유람선을 탈 때와, 십리화랑의 모노레일 관광 중에 가끔씩 구름들이 비껴줘 언뜻언뜻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다시 충칭으로 돌아오는 날의 오전에 있었던 천문산 케이블카 관광이나, 유리잔도와 귀곡잔도 걷기, 천문산사 관광, 천문산정 걷기도 운해로 인해 제대로 된 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 약 7.5km로 세계 최장이라는 천문산 케이블카는 장가계 시내에서 출발해 민가 지붕들을 지나며 올라가는데, 이는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당사자들은 물론 환경단체나 시민단체로부터 얼마나 많은 항의와 지탄을 받을 것인가. 시설 자체를 아예 꿈도 꾸지 못할 일 아닌가. 까마득한 공중 위 케이블카에서의 두려움 보다 통제사회의 무서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또 수천 길 낭떠러지 절벽을 따라 설치한 잔도나, 원가계 관광 중 타고 내려온 높이 326m의 수직절벽 엘리베이터나, 수도 없이 내려오게 만든 천문산 산속 에스컬레이터 시설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사람의 힘으로 설치했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천문산 위에서 탄 에스컬레이터는 999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광장)까지 내려왔다. 하늘로 통한다는 천문은 구름에 싸여 보이지 않았고, 광장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여기서부터는 그 유명한 꼬불길을 구간전용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깎아지른 절벽 길을 꼬불꼬불 돌고 돌며 작은 버스가 내달려도 구름 때문인지 다들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장가계 시내로 돌아와 삼천리 식당에서 먹는 생 삼겹살 구이와 소주 몇 잔은 꿀맛 같았다.

장가계 관광 중에 편리한 것도 있었다. 어느 곳을 가나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늘 우리나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는 장가계가 가는 곳마다 한산했던 것이다. 우리 팀 말고는 경기도에서 30여 명이 한 팀으로 왔다는 사람들만 본 것 같다. 분명 다른 팀들도 있을 것 같은데 눈에 띄지가 않았다. 중국 본토인인지 대만인인지 모를 사람들이 가는 곳마다 시끄러웠지만, 그들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다른 때 같으면 유람선을 타거나, 모노레일을 타거나, 케이블카를 타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많이 기다렸을 터인데, 천문산 케이블카를 탈 때 20여분쯤(?) 기다린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북적거리지 않았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경제 보복을 하고 있는 중국도 피해를 보고 있음이 분명했다.

우리들은 장가계에서 소비를 억제했다. 의례하는 쇼핑에서도 물건들을 사지 않아 현지 가이드가 토라질 정도였다. 우리는 가이드에게 “중국인들은 한국에 와도 배에서 내리지 조차 않는다”고 말했고, 가는 곳마다 달려드는 잡상인도 외면했다. 이심전심인 것 같았다. 기념품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현지 음식을 사 먹는 일도 없었다. 다만, 돌아올 때 장가계에서 들린 한 쇼핑점에서 농산물 참깨를 두 세집인가가 10kg씩 샀다. 값이 원체 싸고 품질도 좋다는 것이었다.

4일째 날 장가계 오전 관광을 마치고, 다시 충칭으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돌아오니 자정께였다. 모처럼 늦잠을 잔 이튿날, 다른 일정 없이 귀국길에 올랐다. 충칭 공항은 수하물 검색도 까다롭고, 앞뒤로 몸을 더듬는 등 몸 검색도 심했다. 설마하면서도 ‘사드 배치 보복인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충칭 공항의 면세점은 자그만하고 하나뿐이었다. 술을 한 병 살까하다가 그냥 나왔다.

지금 중국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다한다. 아예 여행지를 대만이나 동남아 쪽으로 바꾼다고 한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에 우리가 잘 대처하면 오래지않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코리아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