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복 대전대진고등학교 교사

【대전=코리아플러스】 황성철 기자 = 대전대신고등학교 청소년기자단(동아리명: 원프레스)는 지난 5월 24일 이선복 교사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대전대신고등학교 청소년기자단과 이선복 교사의 일문일답이다.

- 안녕하세요, 바쁘신데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대전대신고등학교 국어 교사 이선복입니다. 담당 업무로 1학년 진로·진학과 동아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 교사라는 직업으로 교단에 서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사실 제 꿈은 자주 바뀌었어요. 고교시절, 처음엔 신학과를 가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2외국어를 독일어로 선택했었죠. 그런데 사역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부담감을 느끼고는 고3 들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인문계에서 제일 취업률이 좋다는 경영학과에 들어가 회사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막상 수능을 치르고 보니 선생님이 가고 싶어하는 경상대학의 점수와 사범대학의 점수를 비교하다가 결국에 국어교육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교사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가족의 문화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퇴임하시고, 제가 다니는 학교에 장학사로 오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형제들도 사범대를 졸업한 분들이 많고요 그래서 그런지 교육에 대해서 익숙했습니다. 또 시험 기간에 친구들한테 뭔가를 가르치고 도움을 주면 그 부분에 퍽 재미를 느끼기도 했고요. 교사가 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한 번 꿈을 정하고부터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 前 오량 신문 편집반, 現 One-Press의 지도 교사로 부임하셨는데요. 앞으로 One-Press를 어떻게 지도하고 지원해 주실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동아리 지도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도록 뒤에서 조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선생님이 주도적으로 활동을 진행할 때도 있겠지만, 동아리활동은 기본적으로 자기주도적 역량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래서 공모사업을 신청할 때도 학생들에게 의사를 물어봤고, 부원들의 적극적인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물론 선생님이 수정해서 낸 부분도 있긴 했지만, 좋은 결과가 있어서 정말 잘 됐습니다. 사실 떨어졌으면 여러분들을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았거든요. 적은 금액도 아니고 400만 원이라는 큰 금액을 지원받아서 너무 좋게 생각합니다. 특히, 기존에 하지 않던 것을 시도하는 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일인데 열심히 따라준 친구들이 기특합니다. 앞으로도 학생 중심의 좋은 계획안이 있다면, 예산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저희 One-Press에 담당 교사를 맡아 주시는 데는 前 지도교사 박병춘 선생님의 제자였던 것이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박병춘 선생님과 특별한 인연이나 추억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의 저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MBTI도 ENFP이고, 리액션도 참 좋아합니다. 하지만 고교 시절에는 제가 I 성향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유난히 학교에서 소극적이었고, 전면에 나서지도 않던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고3 때 강배구 선생님께서 담임 선생님이셨는데, 선생님은 "저를 되게 착한 학생이다." 이렇게 기억해 주셨습니다. 보통 내성적이고 조용한 학생들에게 그러한 표현을 많이 쓰는데, 수업에서 튀는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박병춘 선생님께서 저를 잘 기억하시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수업 시간 선생님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항상 창가 쪽에서 수업을 진행하셨고, 햇살이 내리쬐는 배경에서 저희를 그윽하게 쳐다보셨습니다. 제가 박병춘 선생님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고유한 인격체로 대해주신 일입니다. 그때는 말보다 체벌이 우선시되는 분위기였는데, 선생님을 통해 내가 진짜 존귀한 사람이고, 귀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를 하나의 성숙한 인격체로 존중해 주신 거의 유일하신 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간제 교사 시절, 전에 여러 학교에 재직하면서 항상 제자들에게 하는 말이 "내가 무척이나 존경하는 은사님이 아직 현직에 계시다."라고 자랑스레 말하곤 했었는데, 실제로 선생님과 교단에 함께 설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큰 영광이었고 감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랑하는 아티펙스 동아리가 있었음에도 One-Press를 맡아달라는 은사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 지금까지 대신고등학교에 교사로 근무하시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학생이라든지,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친구들이 있습니다. 전에 1학년 아이들을 맡았을 때 전학 간 아이들이 몇몇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저의 책임과 잘못인 것 같아 너무 힘들었죠. 주변에서 제 책임이 아니라고 위로해 주셨으나 그래도 제 잘못인 것 같고, 내가 아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학교가 자사고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역량이 극대화됐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지만, 저로 인해 결과가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입시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 순간에는 자신을 너무 탓하게 됩니다. 어떤 학생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친구를 설득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었는데, 그게 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그러다 ‘내 역량이 여기까지인가보다’라고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어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지난 1년 간의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나이테가 늘어났으니까요."

- 위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진로를 찾아 방황하고, 학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혹시 그러한 학생들에게 선생님으로서 해주고 싶은 조언 같은 게 있으실까요?

"저도 꿈이 여러 번 바뀌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물론, 학생부종합전형을 고려하면, 진로를 빨리 결정할수록 이점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계속 방황하다가 3학년이 돼서야 진로를 결정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1학년 때 한 학기 정도는 전공 적합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쌓고 시도하는 것이 필요해 보여요. 그러다 보면, 결국 자신의 목적성에 맞는 흥미와 적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억지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면 그 삶은 너무 불행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학교 내에서 업무도 많고 큰 사업들도 꽤 많이 다루고 있어서 바쁘고 정신이 없지만, 진짜 행복감을 느낍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시작하세요."

- 혹시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서적이나 문학 작품 같은 게 있으실까요?

"추천할 만한 책은 많죠. 그런데 선생님은 주로 신앙 서적을 많이 읽어서 여러분들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 책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이 여자친구를 사귈 때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종교적인 내용도 있긴 하지만, 의사소통에 관한 내용이 주가 됩니다. 게리 체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인데요. 대략적으로 소개하면, 저자는 남성과 여성 간 서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언어 차이에 따라 같은 의도일지라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인정하는 말’을 제1사랑의 언어로 사용하는 남성과 ‘함께하는 시간’을 제1사랑의 언어로 사용하는 여성이 있다고 칩시다. 남성은 여성을 대하면서 늘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제로 친구들과의 만남을 중시해 여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다면, 둘의 사랑의 마음은 같을지라도 상대방의 언어로 바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단절감을 낳는다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언어를 찾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교사가 아닌 어른으로서, 先生으로서 한마디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진짜 어른이 아닌데... 이런 질문에 너무 꼰대 같은 말을 하게 될까 겁이 나네요. 사람은 누구에게나 ‘역할 기대’라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주변에서 그런 기대를 보일 때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른이라서, 선생이라서, 아빠라서, 남편이라서, 저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다 있기 마련이죠. 그런데 속으로는 아직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점은 앞으로 나이를 더 먹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사실, 먼저 살았다고 해서 정답이란 걸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 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잖아요.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어요. 그걸 인정하는 것과 인정하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저 자신 있게, 밝게, 열심히 살아가면 나 하나로 주변이 다 밝아지지 않을까요? 저도 원래부터 밝았던 사람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외향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거예요. 여러분이 겪는 어려움을 다 알고 있고 저 또한 그 시간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여러분께는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자!”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잘하실 거예요! 반드시 해내실 겁니다. 저는 오량인의 무한한 역량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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