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도전, 의연함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대전=코리아플러스】 신미성 기자 = 대전용산고등학교 청소년기자단 정치행정팀은 지난 8월에 최윤정 선생님을 인터뷰했다.

최윤정 선생님

- 현재 선생님이란 꿈을 이루셨는데, 선생님이 되시기 전에 생각하셨던 본인의 모습에 얼마나 가까워지셨나요?

“원래 제 꿈은 선생님이 아니었어요. 그렇기에 10대, 학생 시절에 상상하곤 했던 성인이 되었을 때의 제 모습과 선생님이 된 현재의 모습은 상당히 다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이 된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진 않아요. 오히려 선생님이란 직업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가 교사라는 직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부모님의 권유였어요. 부모님께선 제가 교사가 되길 원하셨으며 20~30대까지는 제가 원했던 꿈을 인정해 주지 않으셨어요. 시간이 흘러서 30대 중후반부터는 나름대로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고, 무슨 노력을 하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임용고시를 봐야 한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아실 거예요. 비록 내가 원해서 가는 길은 아니지만 교사 임용고시라는 시험의 벽을 뚫지 못한다면, 훗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갈 때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과 자신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것 같아 꼭 합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부모님에게도, 저 자신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물론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죠. 임용고시에 합격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지만, 가장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학교 도서관에 1등으로 가서 가장 늦게 나와 기숙사로 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요. 저는 그 행동이 남들보다 공부를 더 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승부를 걸었어요. 아, 저의 힘들었던 고시 생활을 위로해준 자판기 커피도 생각이 나네요. 현재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어 보기가 힘든 종이컵 자판기 커피를 굉장히 사랑했죠.(웃음) 캔 음료가 아닌 종이컵, 그 커피로 힘들었던 고시 생활을 버틸 수 있었어요. 하지만 현재는 종이컵 자판기가 사라지고 있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저는 그렇게 고시 생활을 버텼습니다. 저의 노력이 헛되진 않았는지 임용고시도 한 번에 붙을 수 있었어요.”

- 현재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 학생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교사는 많은 사람들과 공존하며 함께 일하다 보니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인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같은 근무자로서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의 성향이 굉장히 다양하죠. 또한 교사가 되어서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학생들도 다양한 인격체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아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싫어한다는 것을 알지만,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네요.(웃음)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습에 대하여 도움을 주고 싶다면 나부터가 열심히 공부를 해봐야 해요. 학습경험이 없다면 학생들에게 시행착오에 대한 진솔한 조언을 해줄 수가 없어요. 실제로 시행착오를 겪어가지 않으며 공부를 한 교사분들은 별로 없을 거예요. 대다수의 교사분들이 피나도록 노력하셨기에 학생들과 상담할 때 더욱 진지하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거랍니다.”

-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시고, 여러 학교를 거치시면서 가장 보람찼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너무나 많은 보람된 경험들이 많아 하나를 콕! 집어서 말하기가 어렵네요. 음, 그래도 그중 하나를 뽑아보자면 담임으로 맡았던 학생이 생각나요. 다른 학교에서 저희 학교로 전학을 와서 제 제자가 된 아이였어요. 다른 학생들과 다른 점은 자퇴를 희망했다는 것 정도? 그 학생과는 많은 일이 있었죠. 어느 날은 학교 내에서 문제를 일으켜 학교 측에선 퇴학을 시키자는 말이 나왔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제가 아이를 졸업시키길 원했고, 결론적으로는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대학교까지 보낼 수 있었어요. 당시에 저는 그 아이가 졸업한 뒤에도 저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졸업을 시키고 4년이 후, 제 결혼식 당일에 그 학생과 부모님께서 제 결혼식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서 오셨어요. 그때 그 아이는 감사하다고 말하며 울었죠. 전 그때가 가장 보람찼던 것 같아요. 내가 내린 결정으로 인해 한 아이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뿌듯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다른 일 하나만 더 말해도 괜찮죠? 낯선 고깃집에 가서 가족들과 외식을 한 적이 있어요. 근데 밥 먹고 일어나기 직전에 된장찌개 서비스가 나오더라고요.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주방에서 한 남성이 나와 저에게 다가와선 “친구도 없이 혼자 외롭게 지냈는데 선생님이 먼저 말을 걸어주시던 게 생각이 나서요.”라 말을 하는데, 정말 예기치 못한 행복이었죠.”

- 교직 생활을 하시다 보면 정말 많은 일이 생길 것 같아요. 선생님이 되신 이후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20여 년 전, 첫 학교 발령지였던 중학교에서 있었던 일인데, 그곳에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자신의 꿈을 펼치기가 힘들어 괴로워하던 아이를 만날 수 있었죠. 어느 날은 기차선로 위에 눕는 바람에 역장님께 연락을 받기도 했고요. 비록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 적절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 아이에게는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이겠죠. 전 이런 일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도와주고 싶지만, 선생님으로서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는 것.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학생을 제대로 도와줄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네요.”

- 선생님으로 계시다 보면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도 많으실 것 같아요. 용산고 전체 학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어떤 말을 가장 해주시고 싶으신가요?

“꿈은 크게 가지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꿈은 실천하는 것이니 작은 꿈보다는 커다란 꿈이 발전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해요. 또한 “중학교 때는 잘했는데 지금은 잘 못해요.”처럼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보단 “중학교 때는 잘했지만 지금은 잘 못해서 이런 방향으로 노력하려고요.”같은 미래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학생들 모두가 자신만의 잠재력을 분명히 가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학생들은 무언가를 시도하기도 전에 근심과 걱정, 고민을 하며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부정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어요. 전 이런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요. 그러니 용산고 학생들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설령 시도한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앞으로는 이렇게 하면 되지.”같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미래에 해내지 못할 일은 없을 거라고, 우리 학생들이 변화와 도전, 의연함 이 세 가지를 꼭 기억하길 바라요.”

- 아직 진로를 못 정한 학생도 있을 거고, 진로를 정했으나 그 진로가 정말 자신과 맞을지 고민하는 학생 등등 다양한 고민이 존재할 텐데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진로 걱정에 관해서 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진로는 언제나 바뀔 수 있어요. 고등학교를 다니는 3년 동안 진로가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나의 관심 분야와 희망 진로가 3년 동안 똑같기도 힘들 거예요. 용산고 학생들 중에서도 처음에 내가 원하던 진로와 현재 내가 원하는 진로가 달라져 고민인 학생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는 아직 희망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겠죠. 내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혹여 다른 길을 택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진로를 정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겠죠. 하지만 희망 진로가 달라졌다고 해서 걱정하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어렸을 때 정한 진로가 고착화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계속 발전하고 성장하니까요. 실제 대학에서도 진로가 중간에 바뀌었다고 해서 감점 요소로 보는 대신에 진로가 달라진 이유에 대해서 질문을 하나 더 하겠죠. 본인의 희망 진로를 바꾸게 된 이유와 생각을 잘 표현해낸다면 오히려 플러스 요소가 돼요. 진로는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것. 그러니 언제나 본인이 원하는 분야를 탐구하세요.”

-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중 대다수가 학습에 대한 고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효율적인 공부 방법이나 놓쳐선 안되는 공부가 있을까요? 선생님의 공부 방법을 알려주세요.

“우선 저는 다른 아이들이 생각하는 공부와 제가 생각하는 공부가 달랐어요. 그래서 전 나만의 비법 노트를 만들었죠. 필기를 꼭 컬러풀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전 나만의 비법 노트라는 이름으로 과목마다 다르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영어 교사인 만큼 영어 공부법을 설명하지 않을 순 없겠죠? 잘 안 외워지는 단어가 있다면 따로 적어서 지속적으로 보며 외웠어요. 또 누군가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방법이지만, 교과서 내용을 모두 암기했답니다. 교과서를 다 외우니 문장에 패턴이 보이고, 단어가 보이며 문법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핵심 정리가 된 것을 보고 예시 문장에 적용하는 공부법이 아니라 양적으로 외운 뒤에 핵심을 직접 꺼내는 등 연역적 공부법이 아닌 귀납적 공부법을 한 거죠.”

- 방학을 하게 되면 여유가 생기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나태해지기 쉬운 것 같아요. 나태해지기 쉬운 방학을 기회로 삼아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전 여행을 가길 추천하고 싶어요. trip, travel, tour 등 모두 여행이란 뜻을 가지고 있지만, 단어의 출처나 배경을 보면 그 단어 안에 담긴 의미가 달라요. 그런 다양한 의미를 가진 여행을 학생들이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멀리 떨어진 지역이나 외국이 아니라 가까운 지역으로 가는 것도 여행이 될 수 있어요. 학원을 빠지고 미리 계획한 여행을 가지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니 추천하고 싶어요. 친구들 혹은 부모님과 함께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그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경험이 쌓이면서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게 돼요. 제 경험담을 조금 들려드리자면 고3 수능이 끝난 후 겨울방학에 열심히 알바를 해서 비행깃값만 모아 친구 2명과 일본으로 2박 3일 배낭여행을 떠난 경험이 있어요. 친구들과 전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몰랐지만, 생존 일본어 책만 들고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어요. 당시에는 비행깃값만 모아서 떠난 여행이라 2박 3일간 돈을 아껴서 써야 했고, 숙소를 구할 돈도 없었죠. 늦은 밤에 동국사 구경을 마치고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숙소 걱정을 하며 쉬고 있던 도중에 일본 아주머니가 다가와 말을 거셨어요. 저희는 아주머니께 저렴한 숙소를 여쭤봤고, 아주머니께선 자신의 집에서 쉬고 갈 것을 권유하셨죠. 지금 생각하면 경계심이 너무 없던 행동이긴 하지만, 저와 친구들은 모두 그 제안을 승낙을 했어요. 아주머니가 감자도 쪄주시고 튀김 요리를 해주셔서 굉장히 맛있게 먹은 기억도 나요. 저희는 감사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하고 싶었으나 일본어를 몰라서 무작정 영어로 편지를 남기고 그 집에서 나왔네요. 저는 그 여행이 너무 좋았어요. 이런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면 도전 정신도 생기죠. 변화와 도전, 의연함.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는 여행을 우리 학생들이 그나마 시간이 많은 방학에 여행을 떠났으며 좋겠네요.”

- 1학기에 학생들을 위한 수많은 행사 및 체험활동이 있었습니다. 학교 행사를 기획하실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또 앞으로 어떤 행사를 기획하고 싶으신가요?

“행사 및 체험활동 기획에 관련해서는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말하기가 조금 부담스럽네요. 물론 학년부장이 강력하게 주장한다면 원하는 행사를 기획하는 게 가능하긴 하겠지만, 대부분에 행사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이루어져 같이 움직여요. 음, 그래도 1학년 학년부장으로서 하고 싶은 것은 현재 대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을 여러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싶어요. 첫 번째 역량은 진로겠죠? 여러 진학 설명회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진학 설명회를 통해서 궁금증을 해결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화시켜 간다면 진로 역량을 키우는 데 유용할 거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 역량은 학습역량으로 수업 시간에 설명도 많이 하지만 방과 후 학교를 여럿 설립하여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싶어요. 세 번째로는 공동체 역량이죠. 저는 모든 학생들이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지금도 친구들끼리 즐겁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정도에서 멈춰있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학급 별 진행하는 공동체 활동도 좋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는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요. 용산고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정보 교류 활동이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는 정보 교류 공동체 활동을 한다면, 공동체 역량을 기르는 데 있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이 있다면 그 대학교와 연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좋겠죠. 이런 활동이 하나하나 쌓이면 공동체 역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성 부분을 기르는 데 확실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