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리그 개막 흥행의 원인과 국내축구의 미래

【대전=더플러스코리아】 김재호 기자 = 지난 겨울 수많은 축구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모두가 세계적인 축제의 여운에 취해 있는 동안 K리그는 묵묵히 개막을 준비했다. 지난 3년 동안 팬데믹으로 인해 팬들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직접적으로 즐길 수 없었다. 아예 무관중으로 경기들이 진행된 적도 있었고, 혹여 관중이 입장하더라도 육성 응원 금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 등으로 경기를 온전히 즐길 수 없었다. 3년 동안 K리그와 소속된 구단은 큰 손해를 보았고, 더 이상 사람들의 화젯거리가 되지 않으며 입지를 잃어갔다.

한국프로축구 연맹(이하 연맹) 입장에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흥행의 불씨가 러시아 월드컵의 영향을 받아 흥행으로 번질 수 있었던 기회를 코로나로 인해 놓쳐버리고 말았다. 실제로 2019년도에는 실 관중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다 평균 관중 수인 8,013명을 기록했고, 약 162억이라는 최다 입장 수입을 거두었다. 1년 사이 거의 50%가 증가하는 흥행 기세를 코로나가 꺾은 셈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연맹은 코로나 규제가 거의 해제되는 2023년을 기점으로 반드시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연말 카타르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의 뜻밖의 성과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K리그의 개막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2023년 2월 25일 토요일,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를 시작으로 K리그가 시작되었다. 두 팀의 경기는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이 조명되었는데, K리그 예매 창에서 거의 볼 수 없던 대기열이 나타날 정도였다. 그렇게 모인 최종 유료 관중 수는 총 28,039명으로 코로나 이후 최다 관중 수를 갱신하였다. 같은 시간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는 각각 22,204명, 10,348명이 관중석을 메웠다. 다음 날 제주와 수원FC 경기에 8,362명이, 포항과 대구의 경기에 14,089명이 입장했고, 개막 마지막 라운드인 대전과 강원의 맞대결에서 18,590명의 관중이 8년 만에 대전의 1부리그 첫 경기를 장식했다. 개막 라운드 총 관중 수는 100,632명으로 기존 K리그1 개막 라운드 최다 관중 수였던 2017년의 98,353명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대전=코리아플러스】 김재호 기자 =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많은 관중들이 찾아온 모습이다. (사진=대전하나시티즌)
【대전=코리아플러스】 김재호 기자 =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많은 관중들이 찾아온 모습이다. (사진=대전하나시티즌)

 

이러한 흥행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존재하는데,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카타르 월드컵 효과를 첫 번째 이유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A매치 경기가 국내 리그 경기보다 월등히 인기가 많은 기형적인 특징이 있는데, 그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적이 K리그의 흥망성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예시를 들자면 K리그를 보지 않던 일반 축구팬이 a매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K리그 선수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 선수를 보러 경기장을 찾게 되는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기적적으로 16강에 진출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역시 코로나로 인한 규제가 대부분 해제되었다는 점이다. 2020년 K리그는 유관중 경기보다 무관중으로 진행된 경기들이 더 많았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이 수시로 뒤바뀌었기 때문에 구단은 관중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관중으로 진행된 경기도 정부의 정책에 따라 경기장 정원의 10%~30%의 인원만 입장하도록 허용되었고, 마스크 필수 착용 및 육성 응원 금지 등으로 제한적인 관람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물론 2022년에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규제가 해제되었지만, 리그의 시작부터 팬데믹 이전의 관람 형태로 돌아간 것은 3년 만이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게 된 것이다.

 

 2023년 들어 K리그는 출범 40주년을 맞이했다. 연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3+1+1이었던 외국인 선수 제한을 5+1로 확대하여 K리그의 국제경쟁력을 갖추고자 하였다. 올 시즌 중계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이루어졌다. 각 중계사 PD들은 스페인에 방문해 해외 리그 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라리가의 중계 기술 벤치마킹 연수를 진행하여 양질의 중계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K리그와 쿠팡 플레이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리그의 온라인/뉴미디어 중계권을 쿠팡 플레이가 독점하게 되었다. 더 이상 네이버나 아프리카TV에서 K리그를 볼 수 없고, 약 5천 원 상당의 쿠팡와우 멤버십 회원들만 쿠팡 플레이를 통해 온라인으로 시청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존 시청자들의 이탈과 신규 시청자 유입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쿠팡 플레이는 '쿠플픽'이라는 콘텐츠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쿠플픽을 통해 더비 매치와 같은 주요 경기들을 몇 경기 선정하여 경기 프리뷰, 하프타임 콘텐츠를 제작하여 젊은 층을 공략하였다. 또한 기존 시청자들을 위해 xG 값(기대 득점 지표), xT(기대 위협 지수), 매치 도미넌스 등 세부적인 정보들을 제공하여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년 성남FC의 후원금 논란, 경남FC의 성희롱, 횡령, 배임 논란과 수원 서포터즈의 원정팬 폭행 사건으로 인해 K리그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이어졌다. 하지만 연맹과 구단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K리그는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었고, 리그 초반의 긍정적 분위기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축구 리그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취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현대 사회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K리그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코리아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