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서울=코리아플러스】 증권시장 불장 속의 눈물
한국 증권시장, 뜨거운 욕망과 차가운 손실의 뒤틀린 풍경
최근 통계는 한국 증시의 이면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NH투자증권이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주식을 매도한 개인 투자자 171만 8천여 명을 분석한 결과, 28.6%인 49만여 명이 손실을 확정했다. ‘불장’이라 떠들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손실 규모는 총 3조 원을 넘어섰고, 1인당 평균 613만 원에 달했다. 특히 3천만 원 이상 잃은 투자자만 2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은 지금의 주식 시장이 누구를 위한 상승인지, 무엇이 뒤틀려 있는지를 말없이 증명한다.
대한민국 증시는 지금 불길처럼 타오른다. 전광판은 매일 같이 새 역사를 쓰고, 언론은 ‘사상 최고’라는 수식어를 경쟁하듯 내건다. “코스피 사상 첫 4,221.87 마감.” 전광판의 숫자는 한국 경제가 마치 새로운 황금기를 열었다는 듯 화려하게 반짝인다. 그러나 이 찬란한 풍경 뒤편에는 말없이 깊어지는 개인 투자자들의 한숨이 있다. 코스피 ‘불장’이란 이름의 축제 속에서도 개인 54%인 절반이 넘는 투자자가 평균 931만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오늘 우리 자본시장의 성적표가 결코 단순한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숫자는 오르고 있지만 마음은 떨어지고, 지수는 뜨거운데 지갑은 차갑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직면한 뒤틀린 현실이다.
착시의 장세, 눈부신 숫자 속에 감춰진 진실
코스피가 연일 고점을 새로 갈아치우자, 시장은 마치 모든 이가 이익을 챙긴 듯한 환상에 빠져 있다. 하지만 실제 계좌를 펼쳐본 투자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개인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손실 상태다. 불장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전체 시장의 기쁨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 불꽃이 떨어진 재를 떠안고 버티는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SNS 속의 ‘수익 인증’은 단순한 자랑을 넘어 투자 심리를 집중적으로 흔든다. 친구가 벌었다는 말 한마디에 뒤늦게 뛰어들고, 이미 오른 주가에 손을 대며 평균단가만 높아진다. 불안과 탐욕, 확증편향과 군중심리가 뒤엉키면서 위험은 농축되고 손실은 깊어진다. 시장은 전체가 오르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일부 종목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편향된 상승이다.
세대별 희비, 가계와 노후를 흔드는 충격
불장은 젊은 층보다 오히려 중장년층의 상처를 키우고 있다. 40대와 50대의 과반수가 손실 구간에 있으며, 60대 이상은 평균 천만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노후를 앞두고 주식 시장을 ‘마지막 기회’로 삼은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 손실은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라 생활 기반을 흔드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자산 규모가 큰 투자자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3억 원 이상을 투자한 계좌조차 절반 넘게 손실을 보고 있다. 시장은 누구에게도 온정적이지 않다. 자본의 크기보다 냉정한 흐름에 더 크게 반응한다. 이는 오늘 한국 시장의 구조적 위험이 결코 개인의 실력 차이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소수 종목의 독주, 테마주의 그림자
지수를 끌어올린 주역은 소수의 대형 반도체 종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찬란한 상승의 그늘에는 수많은 테마주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카카오, 에코프로, 2차전지 관련 종목 등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여전히 원금 회복조차 바라보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테마주가 급등할 때는 모두가 그 열기에 취하지만, 하락의 속도는 더 빠르고 잔인하다. 최근 급등 이후 급락 상황이 그렇다. 급등의 기억을 잊지 못한 투자자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회복한다”라는 희망에 포로가 되어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 사이 손실은 고착되고, 계좌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진다. 평균 손실액 931만 원, 손실자 131만 명, 손실액 1,000만 원 이상이 13만 명, 5천만 원 이상 손실이 무려 5만 3천 명. 화려한 외피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개인 투자자의 내부 상황은 실로 충격적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냉정한 원칙
증시가 뜨거울수록 투자자는 더 차가운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생활비, 비상금, 노후 자금은 절대 시장에 투입해서는 안 된다. 기본 원칙은 늘 같다. 분산투자, 리스크 관리, 감정 배제. 그러나 불장은 이 단순한 원칙을 가장 지키기 어렵게 만든다.
성공담이 난무할수록 분할매수와 손절 기준 마련 같은 기본 원칙은 오히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빚투와 레버리지 투자야말로 개인의 인생을 뒤흔드는 폭발력이 있다. 특히 중장년층에게 이 선택은 회복 불가능한 상처가 될 수 있다.
개인의 무게를 사회가 함께 덜어야 한다
주식 시장은 더 이상 개인의 선택 문제만이 아니다.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진 지금, 투자 실패의 충격은 곧 가계로, 사회로, 경제 전체로 확산된다. 금융당국은 고위험 투자에 대한 경고 체계를 강화하고 공적 투자 교육을 현실화해야 한다.
특히 고령층과 은퇴자를 위한 재무 상담, 채무 조정, 심리적 안정 프로그램 등 사회적 안전망은 필수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눈물의 경제학
불장의 화려함 뒤에는 ‘눈물의 경제학’이 자리한다. 시장은 때로 잔인할 만큼 정직한 곳이다. 탐욕은 빠르고, 희망은 느리며, 손실은 오래 남는다. 지금 한국 증시는 뜨겁지만, 그 뜨거움이 모두를 비추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시장은 우리에게 말한다. 그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증시는 언제나 인간의 욕망에서 태어나고, 인간의 두려움에서 움직인다. 불꽃이 높을 때는 그 열기보다 그림자를 보라. 살아남는 투자—그것이 진정한 승리다.”라는 말이다.
한국의 증권시장 ... 묙망과 차가운 손실
최근 한국 증권시장이 뜨거운 욕망과 차가운 손실의 뒤틀린 풍경은 풍요 속의 빈곤이다. 신용대출까지 끌어 쓴 투자자들이 증권사 반대매매로 겪는 허무한 손실도 뼈아픈 현실이다. 한마디로 빈 깡통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증권시장 상황은 강렬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숫자에 취하지 말고 현실을 보라고. 탐욕이 아닌 원칙으로 서라고. 시장의 환호가 아닌 양심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불장 속에서도 냉정한 투자자, 흔들리지 않는 투자자가 결국 살아남을 수 있다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견실한 시장만이 건강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